우연찮게, 내 모든 동선에는 현대백화점이 들어있다.

예전에 우리회사는 삼성동에 있어서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 코앞이었고.
우리집과 현대백화점 신촌점간의 거리는 도보 10분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가장 즐겨찾는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목동점이다.

현대백화점 하면 비싼 것들의 아이콘들이었기에, 그리 자주 이용하지 않았었지만.
이것저것 오밀조밀 보다보니 요고조고 따져보면 은근 좋은 서비스가 많아서
다른 것보다 훨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을때가 많다.

어느새 가랑비에 옷 젖듯 현대백화점을 은근 많이 이용중이라.
내가 이용하는 현대백화점 서비스들을 적어볼려고.


1. 소호&노호 꽃다발 싸게 구비하기.

나는 현대백화점의 클럽 UP! 회원이기도 하고, 아이클럽 회원이기도 하다.
클럽 UP!은 2-30대 젊은 직장여성을 타겟으로 하는 고객 그룹이고.
아이클럽은 아이 있는 엄마들을 타겟으로 하는 고객 그룹.

이 아이클럽에서 가끔씩 현대백화점 신촌점에서 임산부 클래스를 여는데.
여기서 꽃다발을 만들 수 있다. 재료비 포함 참가비는 1만5천원선.

그동안 내가 만든 것들.

내 인생 최초의 꽃다발.

정말 어디가서 이런 꽃을 1만5천원에 구해!


물론 꽃다발 만드는 것도 배우고, 사은품도 완전 쏠쏠하게 받지만.
내게는 그런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저 꽃들을 1만5천원에 공수해온다는 것 자체로도 큰 기쁨.
그래서 이 클래스가 존재하는 한은 계속 수강할려고.


2. 센터피스 만들기.

이 역시 문화센터에서 한번 수강해봐서, 내가 만든건데. 완전 쉽고. 또 뽀대나고.
그 이후로도 집에 글루건만 있으면 치웠다가도 언제든 다시 만들어 조립할 수 있어서.
진짜 완전 유용한 아이템.

집에 손님 치를때마다 센터피스 괜찮은 거 구하러 다니느라 발품 다 팔고 그리고 좀 마뜩찮았었는데.
앞으로는 그런거 구하러 다니지 말고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수강해야 겠음. 재료비 포함 3만5천원.
이건 한번 만들어놓고 백일도 치루고 등등등.

이건 정말 10만원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은 퀄리티.

그 외에도 백화점 문화센터에는 재밌는게 많아서,

시훈이가 좋아하는 저 러비인형이랑 장난감 볼 만들었고, 정말 좋은 미술감상 교육도 들을 수 있었다.
러비인형이랑 장난감 볼 만든 비용은 3만원 정도. 미술감상 교육은 공짜였던가.


3. 현대백화점 e-슈퍼마켓

아이를 낳고 난 뒤에는 무조건 마트 배달이다.
그런데 이마트랑 홈플러스는 배달 폭주라서, 툭하면 오늘 배송은 못받고, 대부분 내일이나 모레 배송.
그리고 3만원 이상 주문해야 배송료를 1천원선에 막고, 배송료도 비싸다.

그런 가운데, 아들래미 이유식 하느라 이용하기 시작한 현대백화점 e-수퍼마켓.
실제로 과일과 야채는 백화점이 비싸다.
그런데 공산품은 싸다! 우유나 식기세척기세제, 분유 같은 건 마트랑 가격도 거의 같다.
그리고 친환경/유기농 상품은 확실히 마트보다 믿을 수 있고.
그 상태에서 배송이 정말 빠르고 경쟁자가 적어서,
오늘 주문해서 오늘 받을 수 있다는거. 나에게는 그게 최고 핵심.
김진환제과점 때문에 입맛은 높아졌으나 워낙 사먹기 어려운 그 빵 때문에 곤혹스러운데,
맛있는 베즐리 식빵도 주문해서 먹을 수 있고. 배송료도 마트보다 오히려 싸다.

그리고 이마트나 홈플러스는 PB상품 위주라 내가 원하는 브랜드는 잘 없는데.
여기는 내가 원하는 브랜드는 어지간하면 다 있다.
수입소스 같은 것도 많고.

하여간 이유식용 식재료 살때 아이 분유 껴서 주문하면 대충 배송료 세이브. 당일 도착 가능.
단, 주문시 꼭 이마트나 홈플러스에서 가격 확인하고 주문하자.
가끔 얼토당토 없이 비싼 것들도 있기 때문에 실수를 할 수 도 있다.


4. 개인 패션 스타일링 / 퍼스널 쇼퍼  서비스

사실은 이거 적느라고 위의 것들을 적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긴데,
내가 워낙 내가 옷을 입는데 대한 자신이 없어서.
<내가 어울리는 옷이 뭔지 모르겠어><메이크오버 좀 받고 싶어>라는 증상에 시달렸었다.
그래서 일반인 코디 한다는 사람들, 일반인 스타일링 한다는 사람들에게
벌써 2번이나 속아서 당했는데.

그 님들이 나를 못 이겨내고 도망갔다.
그 님들 생각에, 대부분 약간 똥똥한, 나이는 30대 후반 이상의,
샤넬 트위드 자켓 같은거 입혀주면 좋아할 것 같은 사람들을 상대하다가 나를 만나니.
음, 두번다,. 님들보다 내가 옷을 더 잘 입네요. 경우였던거지...

실은 현대무역점에 코디바가 있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두가지 선입견 때문에 주저했었다.
1. 원래 코디바가 남성층에 있었기 때문에 남성 타겟일 것이다.
2. 백화점 코디바니까 아주 비싼 옷만 권할 것이다.

하지만 밑져야 본전이지. 라고 생각하고 갔던 현대백화점 코디바는.
우선 스타일리스트 신나영씨의 스타일이 나를 확 사로 잡았..
베이직하지만, 너무 입기 편하면서도, 엣지가 있는 스타일의 신나영씨는
내가 딱 따라하고 싶은 스타일로 입고 계셨던 것. 게다가 성격도 맘에 듬.

그래서
1) 먼저 1시간 동안 면밀한 상담. 
내 성격. 내 목적. 내가 원하는 스타일링. 나랑 어울리는지 여부. 내가 원하는 가격 등등을 했고.

2) 다른 곳 들 처럼 당연히 옷 부터 골라주겠지 라고 생각했지만
먼저 내 헤어스타일 부터 손 봄.
나에게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제안해주었고.
내가 30대 후반 직장여성이라고 딱딱한 보브스타일 이런거 제안해준게 아니라,
내 성격이나 내 스타일을 고려한 자연스러운 컷이라서 진짜 더 맘에 듬.

그래서 그 님의 제안대로 커트하고 퍼머를 한 지금의 내 머리는 
나는 무척 무척 맘에 드는. 평생 한 머리 중 제일 맘에 드는 듯.


3) 그 다음 순서는 재킷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해주었음.
재킷+티셔츠+청바지, 재킷+티셔츠+반바지 이런게 어울릴 것 같다고.

그런데 난 사실 백화점 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백화점 옷들은 오히려 <기성복>이라, 별로 스타일에 엣지도 없으면서 가격만 비싸다고.
별로 세련되지 않은 아이들, 개성 없는 아이들을 비싼 가격으로 속여서 파는 곳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백화점에 들어와있는 기성복에 대한 불신을 갖고 있는 나의 마음을 완전 이해해주고.
(난 그래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직접 디자인한 개성있는 옷들을 좋아했음)
꽤 자주 현대백화점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의 옷들을 초대전할때가 있는데 그때 쇼핑하자고 얘기해줌.

그러다 어제, 이제 봄이 되니 자켓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어
나영씨에게 <쇼핑하러 갈께요> 라고 전화거니.
나영씨가 미리미리 내 체형, 내 스타일, 내 목적 (사무실에서 편히 입기 좋고, 가끔 원피스 입고 결혼식 같은데 갈때 걸치기 좋은)을 고려해서 자켓을 골라둠.
그래서 나한테 두벌을 보여주는데 완전 맘에 드는거지.
완전 실용적이면서도 완전 오래 입을 거 같으면서도 스타일이 살아있는.
게다가 한쪽 가격은 28만원, 한쪽 가격은 31만원. 똑똑한 자켓 치고는 가격도 꽤 괜찮.
로스분이라고 주장하는 짝퉁을 사거나, 좀 바보같은 중가브랜드 옷 하프닷컴인지 그런데서 사는 것보다 낫잖아.

 


난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거 무척 귀찮아 하고 발 아파 하는데.
알아서 딱 두개 골라놓아서 그중에서 입어보고 결정하니 쇼핑하는데 40분 밖에 안걸렸음.

이거 백화점 스타일리스트랑 동행을 하니.
옷 입는 것도 봐주고, 계속 계속 코디 제안도 하고 알아서 수선 선도 봐주고,
택배 요청도 해주고, 봉제도 신경써주고.
한군데 와서 옷 입어보고 안 사고 나가기도 덜 미안하고.
(나영씨가 날 계속 챙겨주는 걸 보고 매장에서도 좀 좋은 손님인줄 알고 심히 친절히 접대해주심;)
아아아 좋구나 좋아.

신세계야 신세계.
아 현대백화점 얘기하면서 신세계라고 얘기하면 안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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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적다 느낀건데.
제가 요즘 <와 이 서비스 정말 좋아!> <이 회사 정말 서비스랑 상품 기획 잘 되있어!> 한 곳이 총 3군데.
제주신라, 현대백화점, 현대카드.
앞 두개는 재벌3세들이 오너. 현카는 재벌 사위가 오너다.
음, 역시 그렇게 자라난 젊은 애들이 하는데가 잘되는 건가. 뭔가 흥,칫.핏 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