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미투데이에 실시간으로 후기올린 것들을 편집한 후기이다. 문장들이 좀 이상한 것은, 실시간 후기가 기본이었음을 미리 전제한다.

사실 임신이라는게 되게 힘든 일이다. 조그마한 다래끼 하나 있어도 성가신데, 다래끼에 비유하면 시훈이 듣기에 참으로 섭섭한 일일 수도 있지만, 외래의 것이 내 몸 안에서 자리를 잡아서 점점 큰다는 것은 신체적 생리적 외형적 등등 거의 모든 면에 있어서 힘든 일이 된다는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은 일, 진짜 큰 일이었다.

외래의 것이 들어와서 몸에서 역작용이 나서 벌어진 소화불량, 매일 아침 골반과 치골이 벌어지느라 느꼈던 고통과의 사투, 배고픈데 위가 작아서 소화를 시키지 못해서 밥을 먹지 못하기, 사랑니가 나서 치통이 극심해도 약 한번 못 먹고 치과에서는 치료 거부해서 그냥 버텨야 했던 일들, 일주일에 한두번씩 전쟁같은 일을 겪어야 하는 변비, 방광이 압박을 받아서 매일 벌어지는 요실금, 자세가 불편해서 앉아있기도 누워있기도 힘들어서 서서 자던 밤들, 머리가 너무 아파도 그냥 참는 것외에는 방법이 없을때, 회사의 리더로서 리더의 자리가 위협되어도 출산휴가 갈 몸이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례들, 모든 엔터테인먼트와 멀어지는 금욕생활, 호르몬의 영향으로 수시로 왔다가는 우울증, 그리고 나의 경우엔 척추 손상, 척추 손상으로 인한 다리 절기... 엄마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철들지는 않기에, 아이 때문에 무조건 참으라고 하는 건 참 힘들었다. 게다가 저 남자는, 이런일들 하나도 안 겪어도, 가만히 있어도, 시간만 지나면 아이가 생기지 않는가!!

하여튼 그 모든 변화와 힘든 일들을 겪지 않고 소중한 아이를 낳게 되는 무임승차를 하는 것이니 과거에 가졌던 생각 - 내가 낳아서 남 주는 것도 아닌데 애 낳다고 선물 받는 건 좀 너무하다. - 라는 생각을 버리고 아무리 큰 선물을 받는다 하더라도 결코 과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임신 기간동안 남편의 선물을 기대하면서 버텼는데.. 사실 차를 사달라고 하기엔 우리 남편은 가난하고;;; 가방과 보석에는 취미가 없으니;; 그에 비하면 아주 사소한 금액인 VAT 포함 30만8천원짜리 곤지암 스파 원데이 코스가 나의 공약이었다. (그것도 생일선물도 안받고 이거 받은거니 얼마나 소박한 바램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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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리조트에 부속된 라 스파라 스파에는 웰니스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 웰니스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이 운영되고 있다.


그럼 테라피/피트니스 프로그램은 무엇무엇이 있을까.


피트니스와 테라피만 보자면 HALF DAY 프로그램도 웬만한건 거진 다 들어가있다.
그렇다 하면 ONE DAY는 뭐가 다른가 하면 : 뭐든지 내 맞춤코스이고, 에스테틱 풍의 관리와 패밀리스파가 포함되어 있는 것. 곤지암에서 주로 미는 것은 HALF DAY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들었는데, 나는 특수한 상황 - 산후조리 상황 - 인지라 ONE DAY를 하기로 했다.

ONE DAY 스파는 9시부터 9시까지 12시간. 솔직히 좀 부담스러웠다.
아침 9시까지 곤지암에 가려면 아침 트래픽 잼을 통과해야 한다는 얘기라 그냥 10시까지 도착하고 싶었다. 그리고 너무 늦게 끝나면 또 피곤해서 운전해오기 싫으니 그냥 몇가지 코스를 빼기로 했다.
그래서 원래 있는 코스에서 패밀리 스파 2시간과 짐볼 1시간을 빼달라고 미리 부탁드렸다. 그래서 남들보다 3시간 짧은 9시간짜리 코스로 구성했다. 그리고 2개 뺀건 내 사정인데 2개 뺐다고 가격도 깎아달라는건 내 성격에 잘 안맞아서 정가인 30만8천원을 그대로 내기로 했다.

짐볼이야 많이들 아시는 것이고, 패밀리스파는 주중요금도 2만원짜리 워터파크 형태. 이 스파도 충분히 훌륭해 보였지만, 혼자 가서 할 건 아닌것 같아서.

원래는 이거 포함. 나만 안한거임. 오해 없으시길 바람.


ONE DAY 스파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의 목적에 따른 맞춤 프로그램 설정"이다.
나는 예약하면서 바로 출산 84일차에 간다고 이야기 해놨고, 그래서 모든것이 맞춤으로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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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일. 일부러 출산휴가 끝마무리 시점으로 디데이를 잡고, 복귀를 딱 1주일 남기고, 곤지암 스파로 날아갔다.
12월 2일은 남편이 휴가 내기 적당한 타이밍. 남편이 휴가를 내고 집에 있고 나는 남편 카드를 받아서 간다. 아침 8시 30분쯤 홍대앞에서 출발했더니 딱 9시 55분에 곤지암에 주차를 하고 걸어들어갈 수 있었다.

도착과 동시에, 두명이 일어나더니 "안녕하세요? 임수진님이시죠?"라고 한다. 이거 마치 파크하얏트에서 느낀 기분이네?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알고보니 당연했다. 오늘 오전 이용객이 나 뿐이 없댄다. 오후 이용객은 외국인 몇몇 뿐이고; 그리고 나를 위해 준비된 코스를 꺼내준다. 포커스는 출산 3개월 이내의 나를 위한 산후조리 및 다이어트 프로그램. 

 

  • 오늘 나한테 맞춘 스파프로그램- 산후조리용을 맞춰줬음 #

락커룸에서 지급해준 운동복으로 갈아입는다. 운동복 사진은 안찍었지만, 곤지암의 시설에 비해서는 좀 후진 운동복이다. 우리집 근처에 롯데시티호텔이 있어 롯데시티호텔내 K스파를 종종 이용하면서 롯데시티호텔 헬스장을 좀 다녔는데, 롯데시티호텔의 운동복보다도 좀 못하다. 곤지암이 롯데시티호텔 보다 좀 나은것 같던데;; 사실 엘지그룹 직원들 직원연수때 부장님들이 축구한답시고 입는듯한 그런 운동복이다. 운동복 하나 아쉽더라.

옷을 갈아입은후엔 라이브러리로 안내되었다. 라이브러리는 그야말로 휴식공간. 중간중간 테라피 마다 쉬는 시간때에 대기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미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책 한권 가져갔는데 정말 잘한 것 같았다. 또한 와이파이 심히 빵빵. 미리 신청 안해도 Guest AP 이용 가능. 노트북 안가져간게 조금 아쉬웠긴 했지만. 휴식한답시고 가서 또 노트북질 하는것도 아닌 모양이라.

  • 중간중간 쉬는 곳인 라이브러리. 오늘 이용객은 나밖에 없어서 하루종일 전세가 될듯. #

  • 어차피 나혼자. 데이베드에 발랑 누워버렸다. 일찍 나왔고 또 1시간 30분 운전하느라 조금 지쳤는지 금방 잠 들어버렸다.  #

  • 데이베드에 누워서 자고 있으니 테라피스트가 와서 요가스튜디오로 데려갔다. 테라피스트 역시 처음 말꺼내기를 "최근에 출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체에 무리 없고 편안해질 수 있는 자세로 구성했습니다."라고.
    나 요가 참 못하는데, 정말 편한 자세들이라 손쉽게 따라했다.
  • 실은 사진촬영은 금지다. 이 사진을 찍고 나서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이 불끈불끈 느껴지는 홍보에의 욕구. 요즘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생기면 홍보 못해서 안달이다. 예전 어릴땐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이 와서 내가 예약못하고 쾌적해지는게 싫은걸 참 꺼렸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그간 내가 좋아했는데 홍보가 잘 안되어서 망한걸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곤군블로그 같은것도 운영하는 곤지암 리조트이니 사진 찍어 올리는것을 용서 해주지 않을까.
  •  요가가 끝난 다음에 안내 받은 곳은 아쿠아라나. 물에 들어갔는데 물이 따뜻하다. 체온 정도의 온도이다. 테라피스트를 따라서 물에서 걷기, 물에서 뛰기, 물에서 체조하기 등등을 했다. 나는 이런것을 하는 시간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도 이 청년에게 받음.

     
  • 지금까지 한 건 준비운동이고 지금부터 아쿠아라나 라는것을 한댄다. 아쿠아라나는 수중지압이다.
  • 물에 뜨는 튜브랑 물에 뜨는 베개 같은걸 준비하더니 여기에 누우랜다;;; 엇; 나 물에 안뜨는데. 난 사실 물을 무서워한다. 괌에 가서 스노클링 하러 들어갔었어도 잠수복 다 입었다가도 탈출한다. 물에 안뜨는 이유는 물을 무서워해서 온 몸에 힘이 들어가서이고, 수영장 가서도 슬라이드류를 잘 안타는데 그건 슬라이드 맨 끝에서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는게 무섭기 때문이다. 코와 귀에 물이 들어가는걸 극도로 무서워한다. 그런데 누우란다. 힘 다 빼고 누우란다. 무서웠다. 테라피스트가 걱정말라며, 자기가 절대로 손을 안떼겠다면서 안심하란다. 그래서 해봤다.
  • 참으로 신기하지. 물속에 귀가 들어가면서 테라피가 시작이라는데, 물위에 누워서 물속에 귀를 넣으면 물밖에서는 전혀 안들리던 음악소리가 들린다. 물 안에 수중스피커가 설치되어서 나오는 음악소리다. 그 음악소리를 들으니 몸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럼 테라피스트가 나를 이리 이끌고 저리 이끈다. 
  • 아쿠아라나는 마치 우주를 유영하는것 같기도 하고 자궁안에 있는것 같기도한 35년 인생 최대의 경험. 내 맘대로 이건 자궁속 기분이야! 라고 정의내리고 시훈이에게 미안해졌다. 이렇게 편하고 안락하고 떠다니는것 같고 따스한 자궁속에 있다가 밖에 나왔으니 얼마나 불편할까. 시훈이에게 잘해줘야겠다 라고 결심했다. 아쿠아라나 한시간만으로도 나는 이미 본전 뽑은것 같다. 나혼자 와서 남편에게 미안하고. 앞으로 내 용돈의 대부분을 곤지암에 바치리라 결심! #
  • 그리고 사우나로 이동.
    사우나는 샤워룸 열개쯤과 건식 사우나 한개, 습식 사우나 한개, 온탕 한개. 이렇게 담백하게 구성되어 있다.
  • 어메니티는 좀 럭셔리와는 거리감이. 그러나 이 곳이 LG그룹운영이니 엘지생활건강제품을 쓰는것은 이해할만한. 게다가 나는 이미 여기가 초저렴하다는 생각이 들고있다!! #

  • 그리고 이동한 스파뀌진. 오전 이용객 나 한명 뿐이라 식당도 전세다.

  • 식당에서 일하는 분도 음식을 가져오면서 "얼마전에 출산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산모에게 좋은 영양식이면서 다이어트요리가 되는 요리로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가져온다. 아, GHM 리조트에서 느끼던 버틀러러들의 감동을 느끼다니. 하여튼 죄다 산모에게 좋은것만 있다. 물리도록 먹던 미역국까지;;

  • 여기에 과일 추가로 나오고 커피와 허브티 무한 리필.

 

  • 혼자 있다보니 아무래도 잘 챙겨준다. 목욕하고 밥먹고 락커에 있으니 누가 슬쩍 가져다준 점퍼스웨터. 그것도 스몰임. 어메니티는 역시 이자녹스. 기왕 쓰는김에 후 라면 더 영광이었겠으나 나는 이미 곤지암스파의 노예 #

  • 밥먹고 휴식을 취하고 받은 컬러테라피. 원래 색상을 보면서 자극을 받는 건데.. 3분도 못보고 잠들었다. 쿨쿨 잠들었다. 역시 힐링 효과가 있는거라니까 잠든게 좋은거겠지? #

  • 컬러테라피의 30분이 끝나고 여전히 잠에 취해있는데 등관리 받으러 가잔다.
  • 보통 이런데 사진빨이 엄청나서 현실보다 사진이 뛰어난데, 여기는 사진보다 현실이 좀 더 나은듯. 조금 어둡긴 하다만. 그런데, 스톤테라피는 웃통 벗는 건데.. 옆에서 다 보이는 곳에 가운없이 가서 티셔츠 훌렁 벗고 누워서 좀 거시기 하긴 했음. 물론 난 리조트 전세 중이라 아무 상관 없긴 했다만.
  • 스톤테라피 받으면서 발맛사지도 함께 받은 후에 이번엔 마인드&이미지 테라피로 이동. 이건 진동침대에 헤드폰끼고 누워있는건데, 이 침대는 일종의 스피커인듯. 음악에 맞추어 진동이 일어남 #
  • 그런데 마인드테라피를 받으면서 미투질을 했을만큼, 감흥이 없음. 그냥 집 스피커에 뉴에이지 틀어놓고 바닥에 누워서 스피커 진동을 느끼면 땡일듯 #
  • 별실에서 페이셜관리 받고 크리스탈싱잉볼 테라피 기다리는중. 근데 왜 홀딱 벗는 등관리는 공용룸에서 받고 얼굴관리는 별실에서 받지? 뭐가 바뀐거 아닌감 #
     
  • 크리스탈싱잉볼테라피는, 테라피스트가 다량한 크기의크리스탈볼을 쳐서 다양한 파동을 일으키는데 그 파동에 몸이 자극되는 프로그램. 사진 보고 상상하기를, 발리 가면 호텔 라운지나 로비에서 실로폰 같은거 쳐서 명상하게 기분 좋게 만드는 그 소리랑 비슷한 건줄 알았는데, 파동 소리가 마치 무슨 물리치료기에서 나는 소리 같다. 또는 심전도 소리나. 하여간 이 파동이 숙면을 하게 해준다는데 난 원래 안좋은 부위인 허리가 너무 자극되어 한 시간동안 고통을 헤멨다. 머리도 살짝 아프고. 내가 파동에 약한가보다.
     


  • 이렇게 하고나니 배가 고픈데, 그래서 이동한 식당. 저녁코스요리 - 토마토 카프레제, 고구마스프, 마늘빵 #

  • 야채롤과 닭가슴살스테이크 #

  • 역시 이후에 과일 나오고 (그것도 얼리지 않은 두리안!) 커피와 허브티 무한리필.
  • 그리고 식후에 라이브러리에 앉아서 마저 책을 읽었다.
  • 그럼 총점을 매겨볼까.
  • 여기 시설이 럭셔리라고 럭셔리 가격 더하지 않고 그냥 시중 가격이랑 비교해봤다.
  • 아쿠아라나 : 최소 10만원 가치,
  • 얼굴, 등 관리 및 스톤테라피, 발관리, 스톤테라피 - 10~15만원,
  • 요가:1만원, 컬러테라피,마인드테라피 : 각 1만원씩, 크리스탈싱잉룸:2만원,
  • 밥값: 두끼 2만원, 사우나 : 2만원, 북카페 : 5천원,
  • 나는 안했지만 원래는 포함된 패밀리스파:3~4만원 , 짐볼 : 1만원
    역시 31만원이면 싼거군.
  • 원데이 코스는 좀 긴감이 있지만, 여기는 3시간짜리 코스도 있다.
  • 아쿠아라나 30분 + 스톤테라피 1시간 + 컬러 or 마인드테라피 + 샌드위치/과일 = 13만2천원 코스가 있는데 앞으로 에스테틱 안다니고 한달에 한번씩 여기 올까 생각중. 하여간 난 이미, 곤지암 스파의 노예;

프로그램 내내 정말 남편이랑 같이 이 프로그램을 하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당장 내년 여름휴가는 여기로 오고 싶은데, 그런데 그렇게 되면 우리 시훈이는? 여름휴가에 베이비시터를 데려올수도 없고, 우리 이런거 가겠다고 부모님들에게 아이를 맡길수도 없고, 아침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발해서 저녁때 프로그램 끝나면 한명이 올라와서 다시 데려가고? 하여간 곤지암에서 베이비시팅프로그램을 도입하면 얼마나 좋을까. 엘지 높은 분 아는 사람 없나. 이런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역시. 리조트 연계 베이비시팅 사업을 할까보다. 그럼 유아교육과부터 나와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