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이스북이 퍼지면서 그간 피상적으로 알던 지인들의 속내나 가치관에 대해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 사람도 있고, 코드가 안맞는구나 하고 싫어지는 경우도 있고. 내 경우만 해도 아마 사람들은 나를 어수룩하고 덜렁거리는 사람으로 봤을텐데 페이스북에서는 전사인지라 나에 대한 생각이 바뀐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2. 내 측근이 페북을 시작하면서 오랜 친구 하나를 불편하게 느끼게 되었다. 내 지인이 그 친구를 불편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그 친구가 매우 마초적이고 권위주의적이고 보수적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저 3가지 단어는 같은 뜻일수도 있겠네.) 그 권위적인 친구는 대학 시절에 매우 진보적인 정치색을 갖고 있던 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친구가 왜 그렇게 변했을까 라고 생각하다가 그가 직장을 다니다보니 변했나보다 라고 지인은 추측하고 있다. 그 권위적인 친구는 포스코에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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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직장이라는 곳, 그 회사의 분위기 라는 것은 사람의 가치관을 많이 변화시킨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늘 그 사회에 있고, 늘 그 사람들이랑 대화를 하면서 행동이 이어지니까. 어디 게시판 활동이라도 해서 우리 회사 아닌 세상의 시각도 자주 접하지 않고서는, 우리 회사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시각이나 가치관에 젖어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4. 오늘 포스코 블로그 올라온 사보를 보면서 그것에 대해 또 느낀다. 그림체로 보건대, 회사 직원이 직접 그린 것 같은 저 웹툰이었는데 그 회사에서는 당연한 생활이고 문화였으니, 이 라면소믈리에 왕서방이 글로벌한 화제가 된 이 판국에도, 웹툰 작가는 아무렇지 않게 그리고, 또 블로거 담당자도 아무렇지 않게 올렸을 것이다. 그 문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테니까.
 
5. 2005년에 다음에서 컨텐츠본부가 없어졌을 때, 이직을 하려고 K통신사 2차면접까지 진행된적이 있었는데, 그 때 면접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었다. 임수진씨는 음원사업이 몇 년이나 지속될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야구를 좋아하신다는데 우리 FA 계약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음원서비스를 위해 30살 여자를 정직원으로 뽑는 것은 저희도 부담스럽습니다. 그 직무는 구인당시 정직원 포지션이었고, 2013년 지금까지 우리 남편 선배가 다니고 있더라. 음, 그 남편 선배는 남자이지. 실력이 없어서 정직원으로 못뽑겠다 라고 들었으면 이렇게 오래 기억에 남지는 않았을텐데, 30살 여자라고 계약직으로 뽑겠다고 이야기하다니. 핑계라도 실력이 안되어서 라고 얘기할것이지. 그런데 그때 K통신사는 한참 기업이미지 광고를 할때였다. 사람이 다르다 였던가 어쨌던가. 하여튼..

 

6. 그래서 오늘 나는 성급한 일반화를 해본다. 기업이미지 많이 하는 회사는 좀 이상하다. 자기네를 변화시킬려고 그런 캠페인을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에게 이미지가 나쁘게 각인되어있으니 그걸 불식시킬려고 기업이미지 광고를 하는 것이다. 기업이 원래 좋은 회사면 기업이미지 광고 안한다. 성급한 일반화이긴 하다. 그러나 좀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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