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글로 배웠어요.
화장을 글로 배웠어요.
키스를 글로 배웠어요.
류의 릴레이 유머글이 있다.
남이 하는걸 눈으로 보고, 손으로 따랴해서 배워야 할 것을 글로 배웠을 때 벌어지는
수많은 웃긴 사례들에 대한 이야기다.
그렇다, 글로 배울 것이 있고, 실습으로 배울 것이 있다.
학문은 글로 배우는 것이지만,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실습으로 배우는 것이 최고다.
어슷썰기. 백과사전엔 이렇게 되어있다.
어슷썰기는 기본 썰기의 일종으로 긴 토막을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경사지게 하여 써는 것을 말한다. 어슷썰기는 고구마, 우엉, 오이, 당근, 파 등의 가늘고 긴 재료를 적당한 두께로 어슷하게 써는 방법으로 썰어진 단면이 넓기 때문에 재료의 맛이 배기 쉬어 조림에 좋다.
아무리 봐도 대체 어떻게 경사지게 써는 것인지 알수가 없다. 파를 180도로 놓고, 칼은 10시 방향으로 향해서 썰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될까? 그냥 한번 보고 따라하는게 짱이다.
내가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것은 실습으로 배워야 한다.
요리실습, 운전실습, 타자 실습. 악기도 실습으로 배우고, 외국어 회화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서 연습하는게 최고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관한 것인데, 내가 요즘 글로 배우는 것이 있다.
바로 육아.
나는 서른다섯살이 될때까지 남이 가르쳐주는 걸 배워서 학습해왔다.
로버트 풀검의 “내가 정말로 배워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라는 책 처럼.
19년간 유치원과 학교에서 학습을 받아왔고.
강남 8학군에서 태어나서 자란지라 수많은 보습학원을 통해 심화학습을 받았다.
내가 내 업종에서는 1세대라, 회사일 만큼은 누구에게도 배운적 없이 나혼자 깨우쳤지만.
대신 교육의 부족을 여실히 느껴서 몇 년간 후배들에게 매주 1회씩 교육을 하고 있고.
결혼하기 전에는 남편이랑 손 붙잡고 요리학원도 다녀서 생존교육도 받았다.
하지만.
임신 8개월이 넘은 나에게 아무도 육아를 실습으로 가르쳐주지 않는다.
내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는데. 누군가의 생존을 책임져야 하는데.
그 녀석의 먹는 거 자는거 싸는 거 모두를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데.
아무도 나에게 어떻게 아기를 키워야 하는지,
신의진의 아이심리백과나 베이비위스퍼, 베이비토크 같은 책에서 육아철학을 주입시키고,
육아텍스트북에서 책으로 기법을 글과 사진으로 설명하지만 체험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참 어렵다.
있긴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예비엄마 교육.
보통들 평일오후 3시-5시쯤 하는 그런 교육.
하지만, 여성 중 경제참여 인구수가 평균 50%란다.
그리고 대부분의 여성이 출산 이전 기간인 25-29세는 69%,
많은 여성들이 전업육아시즌에 돌입했을때인 30-34세때 51.9%니,
최소한 초산직전 여성 중 맞벌이 인구가 50%는 된다는 얘기 일 것이다.
그리고 아빠는?! 아빠는 육아를 안배워도 되나?
남편이랑 살면서 깜짝 깜짝 놀라는게.
남자는 성교육부터 임신/출산/육아에 대해서 너무너무너무 무식하다는 것이다.
최소한 여자들은 중학교때 가정/가사 시간에 글로는 배우는데.
전통적인 교육에서 남자는 그냥 씨를 맘대로 뿌리고, 그 이후로는 신경 안써도 되는걸로 생각하는건지.
최소한의 피임교육 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남자들의 임신/육아/출산에 대한 지식은 제로에 수렴한다.
그런데 남자들 몰라도 되나? 아빠는 애 안키우나? 게다가 요즘같이 맞벌이가 반이 넘는 시대에?
얼마전에 사랑더하기에 나온 돼지부부에 대해서 사람들이 많이 화를 내더라.
애 비만된다며 분유를 하루에 4번 밖에 안주고, 그마저도 냉수로 타거나, 너무 뜨겁다며 얼음을 집어넣고.
온도가 맞는지 알아본다며 본인들이 젖꼭지로 쪽쪽 빨던 그 부모.
부모의 자격이 없다고 다들 화를 냈지만, 배우지 못했다면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다.
글로 배우려는 의지를 갖는 것 조차 부모 본인이 의식적으로 찾아야 가능한 것이다.
섹스는 본능으로도 가능한거니까, 섹스는 하고 애가 생기면 아이는 낳아버리는 거지만.
<애를 어떻게 키워야 한다>라는 건 누구도 의무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애 하나의 인생을 책임 지는건데!!!!
지난주말부터 탁틴맘에서 하는 예비부모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신생아 아기 안는 법부터 배웠는데 깜짝 놀랐다. 아기가 생각보다 상당히 무겁다.
육아서적을 벌써 3권씩이나 읽었지만, 책으로 볼땐 그렇게 무거운지 몰랐다. 갑자기 앞이 깜깜해졌다.
임산부 허리 아플 때와 다리 경련 왔을 때 풀어주는 맛사지도 배웠다.
그동안 허리 아플때마다 남편이 두드려줬는데, 아무리 두드려줘도 풀리지 않고, 남편도 팔이 아프다고 했었다.
그런데 간단한 동작으로 금방 허리가 풀렸다. 신기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탁틴맘 예비부모학교 클래스는 이렇게 구성된다.
제1강 남편과 함께하는 출산교실1
- 인사 나누기
- 나에게 귀 기울이기, 편안한 태교
- 편안한 태교와 출산을 위한 복식호흡
- 남편과 함께하는 순산요가
- 임신 중 불편증상 풀어주기
- 알기 쉬운 분만의 원리와 대처법
- 임신체험, 신생아 안아보기 체험
제2강 남편과 함께하는 출산교실2
- 남편과 함께하는 순산요가와 복식호흡
- 순산을 위한 구체적 방법 배우기
: 분만호흡법, 마사지, 지압, 힘주기
- 산후 남편의 역할
- 출산동영상
- 멋진 부모 언약식
제3강 남편과 함께하는 육아교실
- 모유수유 성공을 위해 남편이 꼭 알아두어야 할 것
- 신생아 돌보기(목욕시키기,우는 아기 달래기, 어부바 등)
- 전래놀이와 맛사지로 아기와 놀아주기
- 예비부모학교 MVP 졸업식
한달에 1기수씩 진행되고
커플이 3강의를 모두 신청하면 10만원, 1강의에는 4만원이다.
그런데 이게 서울에서 딱 이 곳 하나다.
이번 기수가 정원이 총 20커플 같았는데..
그럼 서울에서 1달에 딱 20커플이 배운다는 것이다. 1년 해봤자 240커플.
우리야 다행히 센터가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 이내 거리이긴 하지만,
다들 수원에서 서초동에서 멀리멀리 오더라.
(군포에도 있긴 하다. 여긴 월 1회 3시간짜리 교육.)
정말로 유익했지만, 이런 좋은 실습을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특히 배우고 나니까 확 좋아지는 경험을 하고 나니, 몰라서 못했던 걸 생각하면 다른 분들에게 정말 안타까움이.
무작정 돼지부부만 욕할 상황은 아니잖아. 엄마아빠가 되는데 이렇게 배울 기회조차 없다는 건.
- 낄낄 탁틴맘 부모학교 임산부 체험중 #
위치는 신촌장로교회 근방.
1달전에 전화해야 예약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