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iroquai하면 두가지 추억이 생각난다.

첫번째는 2000년, 첫번째 내 해외배낭여행이었던 영국 V2000과 Reading Festival.
동행자 없이 혼자갔던 페스티벌이라, 그 그림자 하나 없이 타는듯한 햇살 아래 3시간을 기다려 티켓픽업줄에 서있을때 계속 들었던 앨범이 바로 Jamiroquai의 Travelling Without Moving. 첫 롹페스티벌의 신나고 즐거움 + 너무 뜨거운 햇살아래에서의 괴로움이 묘하게 합쳐졌을때 들었던 Jamiroquai의 음악은 그 여행 전체의 테마음악 처럼 자리매김했다.

두번째는 도쿄돔 jamiroquai 콘서트
그에 대한 평은 듀나에 올렸던 내 코멘트(+조금 첨언)로 대신하자.

------------

2001년 1월 또는 2002년 1월에 (정확한 해는 기억나지 않네요) 일부러 일본으로 자미로콰이 공연을 보고 왔었습니다. 그땐 밤도깨비도 없고 김포-하네다 노선도 없던 시절인데 토요일 1시 강남에서 퇴근하고 일본가서 일요일에 공연 보고 월요일 나리따에서 출발해서 한국으로 출근했으니 정말 자미로콰이 보러갔다 온것이지요. 그 공연은 자미로콰이 정규투어였고요.
그때를 돌이켜보면, 그때는 앵콜이 없었고, 그때도 virtual insanity를 안불렀고, 멘트는 거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그거 볼려고 일부러 갔는데 콘서트장에서 졸았습니다. 오죽하면 이렇게 재미없는 공연이 있을 수 있나, 역시 공연은 관중이 반이구나. 꼭 한국에서 이 공연을 다시 보아야겠구나 라고 결심하면서 돌아왔습니다.

오늘도 물론 보고 왔는데요. 그런데 오늘은 앵콜도 있었고, 멘트도 도쿄보다 훨씬 많았고, 게다가 세상에 한국의 이한철 같은 레크레이션까지 하다니요! 저는 내한공연 꽤 많이 본 편인데, 내한 아티스트가 이렇게 관중들과 함께 하는 걸 즐기는 건 처음 봤습니다. 핸즈업과 웨이브 핸즈 시켜놓고 그렇게 즐거워하다니요. 그리고 jay kay의 춤도 지금보다 훨씬 팔팔했던 7년전 도쿄에 비해 훨씬 열광적이었습니다.

근데 도쿄만 재미없었던 건 아닌가봐요. 오늘 제가 자메로콰이 보러 간다니까 외국에서 자메로콰이 보고 오신 저희 직장상사분이 [자메로콰이 공연 의외로 재미없어요.]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저도 도쿄에서 봤는데 재미없어서, 한번 한국 공연이 보고 싶었어요.]하고 대답하고 다녀왔죠. 오늘 공연은 일본 공연에 비해 너무 재미있었고, 역시 공연은 관객의 역할이 반입니다.

-------------

아, 히트곡 메들리 히트곡 메들리.
혹시라도 내가 잊어버린 마이너한 곡이 나올까봐 일부러 외국 SeT List 챙겨서 연습용 CD를 만들어 1주일동안 듣고 있었는데 거의 다 히트곡 메들리여서 연습용 CD 필요 없더만. 외국에서는 좀 마이너한 곡들도 부르던데, 이거 뭐 첫 내한공연이어서 그런지 처음부터 끝까지 죄다 히트곡. picture of my life랑 virtual insanity 안불러도 그냥 다 베스트곡이었던거지. 당연히 연출되는 클럽분위기.
Love Foolosophy, Canned Heat, Little L, Cosmic Girl, Use The Force, Alright, Black Capricorn Day, Seven days in sunny June, Space Cowboy, Travelling without moving.. 앵콜은 Deeper Underground.
(Dynamite와 feel just like it should는 불렀는지 안불렀는지 가물가물, 아 기억 안난다.)

정말로 공연에서 관객의 반응은 공연만족도에서 50%는 차지한다. 너무 조용히 춤만 추던 도쿄팬들에서는 느끼지 못한 거였는데, 한국 팬들은 이게 막 독립군이니까. jamiroquai 음악에 맞추어 가장 적절한 피드백과 곡과 곡 사이에서 광란과 핸즈업, Little L에서 정확한 타이밍의 클랩, 웨이브 핸즈를 막 5천명이 동시에 하니까. 그도 그런데 이번엔 정말 초대권도 거의거의거의 없었고, 내가 3개월 할부로 질러간 S석-지정석을, 9월달에 예매했더니 정말 자리가 2자리 붙어있는건 가장 끝자리 외에는 다 매진, 나머지는 1석씩 뜨문뜨문 4장 남았나. (A석은 완전 매진) 하여튼 2달 전 상황이 그러니 뭐뭐. 다 jamrioquai 독립군들이었던거쥐.

아아. jay kay 늙었더라. 그렇게 귀여운 춤을 춰대도, 모자 아래로 살짝 살짝 비추는 그의 눈은 이미 완연한 중년. 하긴 이런 말 하는 나도 스물 여섯 꽃처녀가 서른세살 결혼 3년차 아줌마가 되었고나. 그래도 공연장에서 신나게 클럽분위기 연출하는 건 여전하지만.

아, 그리고 왜 내한 아티스트들은 관객들이 추임새 넣으면 삘 받아서 가사 어려울때 마이크 넘기는거여. 우리는 Love Foolosophy에서 [Fool!] [so True!] 이것 밖에 못한단말이다. 아니면 'She's just a cosmic girl'밖에.

그나저나 난 오늘 jay kay의 말을 한마디도 못알아들었다는. 충격에 빠졌다는. 나 글로벌 회사 다니는거 맞아?

이 밑에 플레이어 퍼올려고 jamiroquai myspace 갔더니, seoul 공연 소식 밑에 달린 댓글들이 다 왜 우리나라는 안오냐! 같은 그런 내용들이다. 이게 정규투어가 아니다보니 다른 나라애들이 더더욱 아악! 이러는 듯. 뭔가 미국놈이나 일본 놈까지, 왜 우리나라는! 이러고 있으니까 뭔가 신기하다.

____


하여튼 이젠 다 늙어빠져서,
지난번에 표까지 샀다가 못간 Earth Wind & Fire가 마지막이고,
일부러 공연을 보기 위해 외국에 가는 정성은 없어졌고,
그리고 jamiroquai 도쿄 공연이나 그에 만만찮게 재미없던 런던 로열 알버트홀 Craig David 공연 생각하면 그냥 이젠 내한하시기를 고대하면서 사는 편이 낫겠다.

자, 도쿄에서 jamiroquai 보고 온 다음에 늘 외쳤던 [한국에서 자메로꽈이!]는 이루어졌고, 이제 남은 것은 한국에서 로비윌리암스! 한국에서 자넷잭슨! 한국에서 마돈나! 한국에서 지풍화! 되시겠다. 내 생각에 지풍화는 연세상 못오실게 뻔하고... 로비윌리암스는 개런티상 믿을 곳이 현대캐피털밖에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