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주부이던 시절에 전업주부를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평일 낮에 벌어지는 대기업의 문화클래스들이었다.
돈많은 전업주부가 되면 맨날 다니겠다며 침 줄줄 흘리며 부러워했었는데 정작 가보게 된것은 전업주부 1달만.
(전업주부 1달이라고 쓰면 남편이 화낼거다. 아직 살림 손놓고 폐인생활 중이니 백수 1달이 정확한 표현이다.)

하여튼, 오늘 2시에 있는 강좌인데, 아침 9시 알람을 해놓고도 오후 1시에 일어나는 놀라운 위업.- 놀라운 일인 것으로 썼지만 사실 이게 백수의 삶 - 으로 일어나자마자 치카만 하고 쑹~

갤러리로얄은 로얄&컴퍼니 (구, 로얄토토. 그러니까 화장실에만 가면 다 있는 TOTO 회사. 그룹 토토도 화장실에서 착안, 이 브랜드 이름에서 따왔다고 함)의 본사 아래층에 있는 북카페+레스토랑+갤러리+전시장+강연장이다. 학동역이니 옛날 엠파스 바로 앞인데 오늘에서야 처음 감. 갤러리 로얄 사이트 : http://art.royaltoto.co.kr/ 

학동역의 이런 건물 주목해 보자.


오늘 강의는 잡지들에서 인테리어 스타일로 유명한 꾸밈 조희선 이사카페의 욕실 리노베이션 강의. 원래 내가 꾸밈 네이버 카페의 회원이어서 정보를 알게 되었다. 꾸밈은 스타일이 좀 어두워서 우리집을 맡길 예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모던한 선은 자주 참고하게 되는 회사이다. 게다가 이사를 앞두고 있으며, 욕실 인테리어는 스타일리스트에 안맡기고 직접 할 예정이기 때문에 참고가 될 강의였다. 내가 생각하고 있던 내용들을 오늘 강의에서 대부분 다뤄주시고, 잡지나 이런데서는 미처 다뤄주지 않는 실생활의 정보를 알려주셔서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강의. 남편이 오면 상의할 내용이 한다발.

하여튼 강의실에 도착하니 예쁜 레터지와 연필들이 놓여있고, 드립커피를 내어준다. 드립커피 진하기가 나에게 딱 알맞다. 강의 시간이라 사진을 못찍었지만 머그잔의 라인이 신지카토 머그랑 비슷한 라인. 아름답다. 책상위엔 여기서 진행하는 미술강의 소개서도 놓여있다. 전체 수강료 25만원의 24시간 짜리 미대 교수님들의 미술강의. 로얄토토에서 진행하는 다른 강의때 우선 초대. 돈많은 전업주부에게는 좋은 내용들일듯. 하여간 그래서 강의실 인원들을 찬찬히 보니 꽤 재미있다. 네이버 꾸밈 카페 같은데 보고 왔을것이 뻔한 30대의 젊은 주부들은 대개 화장들이 옅고 스타일이 수수하지만 세련되었는데, 왠지 로얄토토에서 초대 받으신 것 같은 4,50대 주부님들은 화장들이 짙고 스타일이 화려하고 강하다. 왠지 폴폴 풍겨지는 vip의 느낌.

2시간 가까이의 강의가 끝나고 2층으로 이동하면 갤러리를 둘러볼 수 있단다.
내일 시작되는 이윤정작가의 그림을 먼저 프리뷰하고.. 지난 전시 목록을 보니 나름 신선하다. 정말 왜 학동역이 베이스캠플일땐 이런델 몰랐을까?


그리고 나서 1층으로 가니 샌드위치와 샐러드가 준비되어 있다. 견과류 드레싱이 곁들여진 샐러드는 정말 훌륭하고, 토마토모짜렐라 샌드위치도 맛이 있다. 위층 레스토랑에서 준비한 것 같은데, 아주 맛나다. 훌륭훌륭.

이건 폰카니까 사진이 구린것을 감안하시고.


2층에는 북카페도 있고, 레스토랑도 있는데, 아주 잘해놨다는.



그리고 지하1층에서 내가 제일 재밌어 하는, 평형별 욕실 모델 전시 보고 내 기준으로는 너무 신나게 하고 돌아왔다.
하여튼 주차도 무료고. 이것저것 재밌는게 많은 곳이니 논현동 가구거리 들릴때 한번씩 들려보면 좋을듯.

다음달 강의 계획도 이미 잡혀있다. 3월엔 내가 오늘 듣고 온 욕실 리모델링 강좌가 있고 4월달엔 wraping 강좌 정이란다. 4월달에도 놀고 있다면 - 제발 그러지 않길 애타게 바라지만 - 갈 예정. [로얄아카데미 사이트 가기]


그나저나, 돈많은 전업주부(돈 많은에 꼭 방점이다. 돈 없으면 못즐긴다.) 하면 이런거 즐길 수 있어서 좋긴 좋은데, 
그래서 그간 꿈이 돈많은 전업주부였는데,  돈은 없어도 회사 없어진 위로금은 받은 전업주부 시행 한달 결과,
난 도저히 못해먹겠다. 로또 당첨되도 못해먹겠다. 이거 매일매일 밥먹기가 힘들어서야.
나처럼 요리 좋아하는 사람도 매일 나혼자 밥해먹으려니 너무 짜증나고, 내 남편 처럼 평일에 집에와서 밥 못먹는 사람이랑 같이 살려니 일주일 10끼는 혼자 먹어야 하고. 그래서 매일매일 조중석 통합하여 한끼 먹으면 다행. 아니면 군것질로 때우기.
내가 요리를 좋아하는 것은 맛있는 거 먹고 싶어서였다. 내가 도시락 싸갖고 다니는거 싫어하며 꼬박꼬박 사먹었던 건 맛있는 거 많이 먹기 위해서였다. 아 전업주부 한달, 맛있는 밥 좀 먹고 싶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