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 4일 밤도깨비.

벌써 4번째 도쿄행인데, 4년만에 갔더니 느낌이 너무 달라짐. 동경은 그대로인데, 한국이 변했구나. 그래서 내가 변했구나. 그래서 감흥이 약하구나.

발리에서 사진 2장 찍어온 커플 답게 이번에도 역시 사진 찍어온 바 없다. 그래서 사진은 다 해당 공식홈페이지에서 퍼온 것.

#1. 모노레일 첫 차 시각 보다 더 일찍 도착. 하네다 벤치에 누워있다 표 구입. 모노레일+JR 2일권 2천엔, 동경지하철 1일권 1천엔 구입. JR패스는 정말 잘샀는데 동경지하철 패스는 열받는 일이 많도다. 그래도 모노레일+JR 2일패스는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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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시. 츠키지 어시장 도착. 젠장 골든위크라 츠키지 어시장도 문을 닫았다. 그래서 그 호평 범벅인 다이와 스시나 스시다이를 가지 못했다. 하지만 거기 까지 가서 스시를 안먹을순 없지. 24시간 연중무휴로 개업하는 스시 잔마이에 가서 꿩대신 닭을 먹었다. 하지만 이 닭이 어찌나 훌륭한지, 3천엔짜리 스시세트의 그 기다란 장어와 연어 대뱃살은 정말 잊혀지지 못할 맛. 연어알 스시도 연어알 스시 답지 않게 고소하고, 하지만 난 성게알 스시는 힘겹던데.. 남편은 매우 좋아했음. 신용카드 받음
자세한 정보는 : http://www.wingbus.com/asia/japan/tokyo/tsukiji/sushi_janm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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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츠키지에서 밥을 먹어도 아직도 7시. 하마마츠쵸역에 있는 호텔에 가서 짐을 맡기고 다시 길을 떠나다. 모든 이들이 11시에 시작하는 도쿄에서는 역시 갈 곳이 없는 시간. 비쿨님의 정보로 시부야에 있는 망가킷사 뽀빠이에 갔다.

망가킷사는 일종의 PC방인데, DVD와 만화도 대여해주고, 그런데 각각 방이 있어서 문 닫고 들어갈 수 있고, 페어시트는 방은 꼭 비디오방 같이 생겼다. 담요와 베개도 빌려주고, 샤워룸도 있다. 원래는 다다미방도 있다는 뽀빠이 플러스를 향했으나, 없어졌더라. 얘들아 홈페이지 업데이트 좀 해라;; (오늘 가보니 뭔가 폐점 안내 같은게 올라와있다. 그런데 이미지파일이라 네이버에서 번역을 못해서 내가 못알아들었구나)

하여간 문제는 이 PC방 알바가 영어를 정말 한마디도 못한다는. 나는 영어하고 걔는 일어하고. 나는 일어 한마디도 모르고. 내가 도쿄 4번째인데, 이렇게 영어 못통하는 경우가 없었는데 대략 난감했다. 역시 알바 중에 PC방 알바 - 그것도 사람 없는 시간대의 알바 -가 제일 하찔이 알바인듯. 그래도 어찌어찌 멤버쉽 가입해서 3시간 잠도 잤다. 1시간에 380엔. 원래 비쿨님은 신주꾸에 위치한 곳을 알려주셨는데, 동선상 시부야가 좋은듯 해서 시부야로. (만다라케 건너편과 HMV 사이에 있다). 신용카드 안받음. http://www.media-cafe.ne.jp/shibuya/index.html  참고 : 밤도깨비 오전에 가기에는 신주꾸점이 다다미방이 많아서 좋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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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이틀 내내 내가 엄청 끌고 다닐것을 고려하여 남편에게 약빨을 먹이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만다라케 행. 어릴적에 만다라케에 갔다가는 쓱 하고 돌아왔는데 이거 참 만화 좋아하는 남자랑 들어가니 끝이 끝이 없다. 입구는 되게 작은 것 같은데 엄청나게 넓고. 이거 참 동인지와 60년대 만화잡지와 60년대 만화책과 피겨와 애니메이션 원화와 애니메이션 콘티와 대본과 등등…. 그야말로 오덕의 피를 빨아먹는 만다라케구나. 정말로 장대하다 장대하다. 이거 참 세계 제일 오덕의 장일거라 감히 뽑아본다. 나름 90년대 신촌 만화방 계의 거목이었던 남편님께서는 기가 질리셨는지, 기가 죽으셨는지 하여간 힘들어 하셨다.



#5. 만다라케에서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 정말 볼게 너무 많아서 시간이 많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 2시까지 하는 콘콤부로 런치에 맞출 시간이 안될 듯 하여 바로 다이칸야마 행. 그리고 내가 그리워하던 와플스 방문. 내가 마지막으로 와플스에 갔던 때는 2004년 1월이었다. (이 사진은 그때 찍은 사진이다) 그리고 그땐 한국에서 와플이 유행하지 않았다. 와플이래봤자 길거리에서 파는 500원짜리 바삭한 와플. 하지만 4년동안 한국에서 와플 파는 집은 정말 많고 많다. 심지어 우리집에도 와플팬이 있다. 와플스의 그 달콤한 냄새와 부드러운 맛의 충격과 감동은 그래서 희석되고 말았다. 부드러웠지만, 조금 뻥을 더 하면 우리집 와플도 그렇게 못미치지는 않았다. 괜히 갔다, 첫사랑을 10년만에 만난 기분이다. 신용카드 안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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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이칸야마는 4년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하지만 과거 이것저것 귀여운 가게들의 연속이었던 다이칸야마는 옷가게가 대부분이 되었다. 난 이제 옷가게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둘러볼곳이 많지 않아져서 그냥, 휙 하고 나와버렸다. 심지어 내 모자들의 대부분을 구입한 CA4LA에서도 예쁜 모자를 찾을 수 없어졌다. 라펜테 2층의 아동용품 코너만 눈이 휘둥그레 해졌을 뿐이다.


#7. 내 취향은 지유가오카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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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엔 지유가오카가 별로였는데, 지유가오카 일종의 디저트 페스티벌인 Sweet 축제중이어서 사람이 정말 개떼 처럼 많았다. 윙버스의 지도가 잘못되어 있어서 (MELSA 1과 MELSA 2가 바뀌어있다.) 한참 헤맸다. 윙버스의 지도는 이외에도 못 믿을 순간이 많았다. 지도 베이스의 사이트가 이러면 안되지;; 하여간 축제 중이어서 차량 통제한 곳까지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들었지만, 예쁘고 고급집이 많아서 참을 수 있었다. 지유가오카의 예쁜 그릇들을 보면서 눈이 편안해졌다. 심지어 남편도 그랬단다. 우리 남편은 고급 물건들을 알아보는 비상한 재주가 있다. 관심 거의 없으면서 이상하게 고급 것들만 잘 알아챈다. 라비타 가는 길에 있는 키라라관에 너무 예쁜 도꾸리병이 있었는데, 3천엔, 5천엔 등이어서 포기하고 그냥 왔다. 지금 매우 후회중.  키라라관 강추데쓰. http://www.wingbus.com/asia/japan/tokyo/jiyugaoka/kirara/



#8. 지유가오카에서 라비타를 지나 지유가오카 공원으로 돌아오는 길은 참 예쁘고 조용하고 좋다. 낮은 집들과 맑은 햇살, 조용하고 깨끗한 골목길, 예쁜 차들과 예쁜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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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한 것은 도쿄 특유의 제대로된 양과자들을 마음껏 먹고 오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디저트의 거리 지유가오카는 정말 기대 만발. 하지만 다리가 너무 아파서 그저 동선에서 제일 가까운 파리 세비유만 가봤다. 그런데, 아유야 케잌 맛이 정말 정말 너무 좋아. 입은 정말 완전 고급인 - 입맛은 압구정 출신도 아니고 성북동 출신 같은 -  남편마저도 인정한 호텔급 수준의 케이크를 5천원대에 먹어볼 수 있는 고마운 곳. 커피 리필은 안된다. 'free refill'이라는 단어 자체를 모르더라. 그리고 가게가 너무 장사 잘되는데 서빙 보는 언니 혼자 뛰어다니는게 진짜 안쓰럽더라. 신용카드 안받음. http://www.wingbus.com/asia/japan/tokyo/jiyugaoka/parisseveille_jiyugaoka/


#10. 분명 동경지하철 노선도를 보면 지유가오카는 히비야선이 가는 것으로 나온다. 지유가오카역에도 그렇게 나온다. 그런데 아무리 해도 동경 메트로 패스는 받아주질 않는 것이다. 150엔 더 내고 나까 메구로로 가서 갈아타란다. 이 말에 확 삐져버렸다. 동경지하철 앞으로 안 탈꺼야! 라는 생각 마저 들만큼. - 실제로 당음날 긴자는 그래서 안갔다. JR이 안 닿기 때문에 -


#11. 저녁을 먹은 하라주꾸 교자. 다리 아파 죽겠는데 40분 정도 기다려서 들어갔다. 그리고 맛은 40분 기다린 보람이 느껴지는 맛! 다음날 NHN JAPAN에 1년째 근무하고 있는 남편의 후배를 만났는데, 그분이 추천한 그의 베스트 교자보다 여기가 더 맛있었다. 군만두 6개 290엔, 물만두 6개 290엔. 두개로 두명은 부족해서 남들은 보통 밥과 숙주나물을 시키던데, 우리는 그냥 만두를 더 추가했다. 훈남청년 다섯명이 미리 빚어둔 만두를 냉동해뒀다가 시스테미컬하게 움직이면서 촥촥 내놓는데 아주 아주 맛났다는. 맥주도 아주 맛났다는. 여기는 풍경이 좋아서 줄서 있다 사진을 찍었는데 역시 메모리리더기에 넣는 행위는 왜이리 귀찮은 것인가. 신용카드 안받음. http://www.wingbus.com/asia/japan/tokyo/harajuku/harajuku_gyoza/


#12. 남편도 도쿄에 온적이 있단다. 2박3일 동안 왔었는데 - 시아버님이 직접 예약한 여행인지라 - 정보 하나 없이 와서는 신주꾸에 있는 호텔에 묵고 호텔에서 하는 후지산 투어 한번 하고, 자판기에 티켓 뽑아먹는 규동 2번 먹고 왔단다. 시아버님이 "그래 신주꾸에 갔으니 포르노극장 갔다왔느냐" 했더니, "신주꾸 을지로던데 뭘 어딜!" 이랬다는. 아아아 어딜가든 여행정보 쪽 빼서 가는 본인 입장에서는 정말 그 나이에 아버지가 예약한 여행에 그냥 정보 없이 가는 이 남자를 어쩌면 좋나 싶긴 하다만. 하여간 신주꾸에 그런게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 남편과, 그간 혼자 오거나 여자들끼리 왔을때는 무서워서 못가본 가부기초를 가보기로 했다.
참고로. 이날 동경은 4대의 전세기에 빈자리 하나 없이 배달된 한국인들이 쏟아져서, 어딜 가든 10분에 한번씩 한국어들이 들렸고, 어디 카페나 식당에 앉아있으면 무조건 한국 사람이 한커플 이상 앉아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중국 사람은 한명도 없는 것이다. 참 의아하다 라고 생각해왔는데, 그들은 가부기키초에 있었다;;;; 가부키초는 생각보다 덜 흥청망청이고, 마치 스티커 사진기 샾 처럼 형광등 켜쳐이고 휘장이 걸려있는 <무료안내>숍이 많았다. 아니 왜 홍등가가 홍등이 아니라 형광등 스티커샵이야.


#13. 숙소는 정말 지금까지 일본에서 묵은 곳 중에 가장 열악한 - 객실도 열악하고 입지도 열악한 - 하마마츠쵸의 치산호텔. 비디오방 2개만한 객실은 정말 눈물이; 정말 투숙객의 9할은 한국인. 하여간 여기 안내 보면 순전히 JR 하마마츠쵸역이랑 유리카모메라인의 히노데 역 얘기만 나오는데, 실제로 오에도센의 다이몬 (大門)역과 하마마츠쵸역은 붙어있다. 왜 이게 안내가 안되어 있니. 그리고 찾아갈땐 무조건 도시바빌딩만 찾아가면 된다. 하마마츠쵸역 남-A문인가 그럼. 그리고 정말 웬만하면 메구로의 프린세스가든호텔 묵자. 비교가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