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날 아침이다. 이날 일정은 오후 4시에 푸켓타운 칙라유왓에서 바미남과 바미행을 먹는 거였다. 이걸 먹기 위해서, 가급적이면 점심을 얄팍하게 먹어야 했다. 그래서 차라리 점심을 간식 처럼 먹느니, 조식을 늦게 먹으러 가고, 또한 아주 든든히 먹을 생각이었다. 브런치로. 그래서 이 조식에 팟타이를 먹으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난타라 조식에서 팟타이가 리스트에 없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나는 걱정이 많았다. 바로 팟타이를 못먹을까봐. 실은 몇달전부터 팟타이가 먹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좀 있으면 태국 가는데! 거기 가서 정통으로 먹어야지!" 라고 생각하며, 참았다. 원래 임산부는 뭐가 먹고 싶을때는 꼭 먹어야 한다. 나같이 입덧이 평범하고 유난스럽지 않은 아이도 생각이 나면 꼭 먹어야 한다. 그런데 참았다. 태국에 가서 제대로 된 걸 먹을때까지. 그런데 우짜다 보니 팟타이를 못 먹게 생겼다. 걱정이 많았다. 저녁 먹으러 갈 살라부아의 메뉴에도 팟타이는 없기 때문이다.

아난타라의 조식 메뉴에는 이런 안내장이 붙어있다.
"카오팟, 머핀, 토스트, 와플 등등 주문 가능. 그리고 요리사에게 다이렉트로 얘기하면, 니 주문을 커스터마이즈 해줄 수 있단다." 남편은 이것을 아무거나 주문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 하고 팟타이가 나온다고 얘기한 것이다. 나는 이걸 '와플에는 뭐 넣어주시고요, 이건 빼주세요.' 라고 이해를 한 반면에.

라 살라에 도착하자마자 웨이트리스에게 팟타이 주문 가능하니? 라고 얘기하니까 추가 차지 하면 된단다. 380밧이나 하는게 돈이 아까웠다. 그러자 남편이 조리사에게 직접 가서 주문했다. 조리사는 주문을 받아서 해주는 것 처럼 그랬는데, 그 웨이트리스가 중간에 껴들었다. "팟타이, 내일 부페에 나오니까, 니네 내일 그거 먹어.' 오늘은 여기서 마지막날이고, 조리사가 해준다고 하는데 웨이트리스가 방해하니까 남편은 매우 울컥 모드다. 나는 우리가 진상인데 당신이 왜 화내? 라고 화내고, 나한테 잘못된 정보를 준 남편한테 화를 냈다. 정말 우리가 여행 다닌 것도 꽤 많았는데, 그동안 여행에서 최고 크게 싸웠다. 먹는 것 때문에 싸우다니. 휴우.

하여튼 그래도 든든히 먹어야 하니, 조식은 이딴 것들로 싸왔다.

  • 트로피칼토스트라고 해서 시켰더니 와플이 나왔다. 어제도 와플 시켰는데! 당한 기분. 팟타이가 조식으로 주문이 안되서 장담했던 남편이랑 대판 싸움. 태국 와서 팟타이도 못먹고 가게 생겼네. 그동안 얼마나 먹고 싶은걸 태국와서 먹겠다고 참았는데! #


    * 빌라로 돌아와서 가장 먼저 살라부아에 전화를 걸었다. "얘야, 내가 예약을 할껀데.. 니네 식당에서 팟타이가 메뉴에 없는 걸로 알고 있어. 근데 팟타이 해줄 수 있니?" 그간 파스타 같은 드라마에서, 고급식당에서는 손님이 따로 예약하면 해주던게 생각나서 그냥 질문이나 해본것이다. 안되면 조식에 배불리 먹었지만, 또 팟타이를 먹고 배 터질려고. 그리고 수영해서 배 꺼트릴려고.

    예의 없는 질문임에도 살라부아에서는 너무나도 흔쾌히 해준다고 했다. *.* 그것도 240바트인가 260바트인가. 하여튼 아난타라보다 저렴한 금액으로! 그래서 원래 타이 딜라이트라는 메뉴를 두개 시킬 예정이었는데, 타이 딜라이트 하나랑 팟타이랑 태국요리에 미치다 라는 책에서 나온 추천요리를 시키기로 맘 먹었다. 그렇다면 예산보다도 낮아지니까.
    그렇게 되고 보니 비교적 마음 편해져서 신났음.


    * 원래 아난타라의 체크아웃은 12시. 들어올때 2시에 체크아웃 하기로 했는데, 내가 전날에 부탁을 했다. 혹시 3시로 늦추면 안되니? 그때는 머뭇머뭇 하더니, 마지막날엔 3시로 해줬다. 땡큐소머치다. 역시 우기 만세다. 그래서 원래 한국에서 세웠던 계획 - 레이트 체크아웃이 안되면 체크아웃 하고 인피니티 메인수영장에서 수영하고 졸고 하고 놀다가 스파에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오는 것 - 은 안해도 되고 유유자적했다.

    그래서 그렇게 마지막 수영을 하고. 마지막날에서야 남편이랑 동시 수영을 하다. 그동안은 계속 남편 혼자 수영하고 난 딴 짓하고, 내가 수영하면 남편이 딴 짓했는데. 역시 결혼 햇수가 길어지니; 옛날엔 수영장에 꼭 끌어안고 들어가서, 수영 못하는 나는 남편한테 안겨서 떠다니곤 했는데. 근데 배가 많이 나오니까, 이젠 안기는 것도 어려워 ㅡ,.ㅡ;
  • * 3시가 되어 거북이 보호기금 이라는 삥을 뜯기고 (1박당 40밧) 시골집 기사님을 만나서 이동했다. 3시에는 원래 칙라유왓 문 닫는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칙라유왓2를 가던지 딴 집 가야 한다고 그랬는데 도착하니 칙라유왓이다. (1호점인지 2호점인지는 모르겠다.) 남들 다 하듯 바미남과 바미행을 시키고 아이스티 두개를 시키니 100밧. 진짜 싼 집이다.

    느껴지는가, 이 로컬 정서.


    정말 맛있다. 푸켓 자유여행 하는 사람들이 다 들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차를 돌려 수코스파로.
    어제 렛츠릴렉스에 갔을때에도 고급이라고 눈이 휘둥그레 해졌던 이대전씨는 그야말로 오 놀랍구나 모드.
    거의 왕궁같은 느낌의 수코스파다.

    태국 다녀온 사진 인증.


    예약했던 5시보다 20분이나 일찍 도착했지만, 수코스파에서는 나름 난리가 났다. 내가 실은 원래 바디스크럽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리고 깜쥑이님 후기에 발맛사지 괜찮다라는 언급이 있어서, 자쿠지 30분+발맛사지60분+아로마오일맛사지60분+페이셜 30분의 3시간 짜리 패키지를 신청했었는데, 여기서 임신 6개월이면 발맛사지와 자쿠지가 안된다고 하지 않는가. 게다가 내가 돈을 완불한 이후인지라, 이쪽에서 머리를 싸매고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전날의 렛츠릴렉스 작전회의 때보다 더 법석이다. 고급스파로 갈수록 보다 더 주의하고 조심하나보다.
    그냥 나한테 영어로 얘기해줘도 좋은데, 굳이 우리 기사아저씨가 시골집 아논님에게 전화를 걸고 아논님이 전화통화 하신 뒤에 나한테 통역으로 얘기해주셨다. 자쿠지 없이 바디스크럽 60분+아로마오일맛사지60분+페이셜 30분 2시간 30분짜리 하면 가격이 같다고. 팔자에 없는 스크럽을 연이틀 하게 생겼네. 하지만 뭐 여기서 싸워봤자, 그리고 다 우리 진군이 때문에 걱정해서 하는 얘기니. 그냥 냉큼 받아들이고 스파하러 들어갔다.

    오일 향 고르는 캡슐인데.. 임산부라 오일 정해져있다고 안고르고 등러감.


    약간 한국의 대중탕 같은 데서 옷을 락커에 넣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방으로 행했다. 남편은 타이전통맛사지 2시간+발맛사지 1시간인데 스크럽+오일맛사지 하는 나랑 같은 방에 들어간다. 둘이 커플룸이고, 바깥 창이 잘 보이는 1층이었는데, 옷을 홀딱 벗고 맛사지 하는 내쪽은 커튼을 쳐놨고, 옷 입고 맛사지 하는 남편은 커튼을 열어둔다. 그리고 꽤 세심한 터치의 맛사지가 시작 되었다.
    나는 예상대로인 2시간 30분 정도에 끝났는데, 남편을 해주는 사람은 어찌나 정성인지.. 남편이 큰 사람이라서 면적이 넓어서 그럴수도 있지만, 태국맛사지만 2시간 30분 했다. 살라부아에서의 예약이 걱정되는 나는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수코스파 대기실

     
    살라부아에서의 예약이 8시 30분이라, 8시 20분엔 나와야 하는데, 남편이 안나온다. ㅠㅜ 게다가 이 남자 샤워까지 하고 나온댄다. ㅠㅜ 마음이 다급 다급. 그래서 아주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우리의 일정을 알고 있는 기사 아저씨도 아주 빨리빨리 달려주셨다.

    늦어서 no show 처리될까봐 걱정 가득한 상태로 8시 45분 임피아나 호텔 살라부아 도착!
    하지만.

    우리가 전세냈다.
    no show고 뭐고 없다.
    우리 안왔으면 살라부아에서 울었을듯.

    여기서도 역시 예약 확인 안하고 그냥 들어간다.
    우기의 푸켓에서는 뭐 예약이 다 필요 없다. 나 괜히 로컬 핸드폰 빌렸나봐; 예약 때문에 빌린건데.

    우리가 거의 유일한 손님이다보니, 직원들이 정말 엄청 엄청 친절하다.
    그리고 초 고급 레스토랑이어서 그런지 (살라부아는 푸켓에서 1등 하는 레스토랑임)
    웨이터 청년도 얼마나 잘생겼는지. 아유.
    완전 고급 분위기에 초를 켜놓고, 초 VIP 대우를 받으면서 식사를 하니,
    이게 바로 캔들나잇디너일세.


    아 뒤에 한 테이블 있구나


    원래 계획은 타이 딜라이트 2개 주문.

    Thai Delight Menu-790++

    Satay of chicken, beef, pork or mixed with pickled cucumber-shallot and peanut
    sauce
    Larb vegetable spring rolls
    ***
    Tom yum with Andaman seafood, dried chilies and hot basil leaves
    ***
    Fresh tropical fruit caulis
    ***
    Fried chicken with cashew nuts and mushroom
    Wok seared white snapper, 3flavors sauce
    Stir-fried broccoli, yellow bean curd, panaeng curry
    Steamed fragrant rice
    ***
    Pumpkin custard or Mango sticky rice
    Coffee or Tea


    하지만, 팟타이를 먹고 싶었기에 타이 딜라이트 한개에. 태국요리에 미치다. 라는 책에서 살라부아 추천메뉴로 나온 Crab- corn cake, atchar of cucumber, sweet chili sauce 와 팟타이를 시켰다. 코스요리를 하나만 시켰으니까 대신 커피를 한잔 더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하니 예산이 남네. 역시 맥주 한병과 버진피나콜라다를 시켰다.
    그런데, 크랩콘 케이크가 안된단다. 대신 Lemongrass skewered prawn patties, shreeracha plum dressing을 추천한다. 그래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애피타이저와 아뮤즈부쉬가 자꾸 두개씩 나온다.
    걱정된다. 이거 주문 잘못된거 아니야? 나 분명 타이 딜라이트 하나 시켰는데?!

    Larb vegetable spring rolls

    왼쪽건 Lemongrass skewered prawn patties,

    오른쪽건 믹스사테

    Lemongrass skewered prawn patties,

    Fresh tropical fruit caulis

    팟타이. 추가메뉴인데 어찌나 잘나오는지.

    Fried chicken with cashew nuts and mushroom Wok seared white snapper, 3flavors sauce Stir-fried broccoli, yellow bean curd, panaeng curry Steamed fragrant rice

     
    정말 도저히 더는 못 먹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타이 딜라이트 메뉴가 2개 들어간게 틀림없다.
    아아 790밧을 추가로 더 했으니 그동안 예산 안에 잘 썼는데 망했네. 이번에 싸게 시켰다고 예산에도 없던 칵테일도 시켰는데 망했네 하고 결국 몇만원 초과네. 하고 울고 있었다.

    꺄아악 도저히 못먹겠어

    Pumpkin custard / 이름만 보고 모르는거라 시켰더니 분당 살때 고모님 가게의 태국종업원들이 해주셨던것.



    그런데, 커피가 딸랑 한잔 나온다. 웅? 내가 분명히 타이 딜라이트 1개 하면서 커피를 추가한건데 왜 커피가 한개 나오지? 커피 더 달라고 할까 말까 하다가 배가 터질 것 같아서 관뒀는데. 결국 공포에 어려서 계산지를 보니.
    타이 딜라이트 1개 주문 멀쩡히 되어 있음. 커피를 오히려 뺀듯, 고로... 오히려 예산보다 적은 범위내에서 칵테일까지 마신 것. 타이 딜라이트 양 진짜 많구나.

    너무너무 더웠다. 정말 미칠듯이 더웠다. 남편이 내 어깨에 손을 대는 것 조차 싫어서 막 하지마! 올리지마! 이럴 정도로. 하지만 기사 아저씨랑 만나기로 한 시간이 50분이나 남아있었다. 우선 남편이 망고스틴 먹고 싶어해서, 망고스틴을 사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런데 대체 어디서 과일 가게를 찾나.
    무작정 비치로드를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길은 꽤 괜찮다. 정감 어리다. 어제의 라오찻로드를 걸으면서, 정말 다시는 못올곳이야, 나하고 너무 안맞아 라고 생각했던 빠통이었는데, 여기는 제법 정감간다. 선정적인 심하게 유흥의 분위기도 없고, 딱 적당히 외국 관광지 느낌. 물론 방라로드는 갈 곳이 아니었지만. 길에서 크레페 노점을 만났다. 망고스틴 크레페도 하길래, 망고스틴만 팔라고 해서 샀다. 500g에 50바트, 바가지 같지만, 딱히 살 곳도 없어서 그냥 사왔다.

    누가 태국 아니랄까봐;



    그래도 한 30분은 남아서 도로 살라부아로 돌아왔다. 너무 더워서 에어컨 있는데 찾을려고 임피아나 호텔 로비로 가고 싶었는데 임피아나 입구를 못 찾겠더라. 그냥 무작정 아저씨를 기다리는데, 아까 한참 눈 인사했던 살라부아 직원들이 지나다니면서 이렇게 포즈 취해라, 저렇게 포즈 취해라 하면서 사진 찍어줬다. 그래서 그 결과.


    * 총 사용 금액

    메이드 팁 : 37밧
    벨보이 팁 : 0밧 (팁 주려고 했는데 줄 틈도 없이 사라졌음)
    거북이 기금 : 120밧
    시골집 차량렌탈 (8시간 30분+공항 송영) : 1900밧 / 팁 200밧
    칙라유왓 바미국수 : 100밧
    수코스파  태국전통맛사지 2시간+ 발맛사지 1시간 : 2240밧 / 스크럽 60 + 아로마 60 + 훼이셜 30 : 2250밧
    (시골집 통해서 예약)
    수코스파 팁 2인 : 200밧
    살라부아 식사 : 1900밧
    망고스틴 : 50밧
    핸드폰 렌탈 : 기본 150밧 + 추가 사용액 38밧
    두 회사 양쪽 과일말린 선물 : 950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