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집회 나갔다가 남편의 병환으로 일찍 들어와서 MBC 뉴스데스크를 틀었을때 굉장히 화가 났었다. 나의 MBC가, 나의 MBC가! 뉴스에서 촛불집회 방송을 뒤 순서로 미룬데다가, 전체를 보여주는 촛불 화면도 안 잡아주고, 무려 <1만명>이 모였다고 방송을 한 것이다.

내가 갔을때 이미 3만이 넘었던 걸 내 눈으로 확인하고 오는 길이었다.
나는 수시로 잠실야구장을 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충 2만6천명(잠실의 의자 숫자)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앉아있는 것보다 서있는 것이 자리를 훨씬 적게 차지하며, 그날은 자리가 너무 좁아서 다들 서 있었기 때문에 3만이 훌쩍 넘은 걸 내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집회 실황을 생중계로 보면서, 연합뉴스를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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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올리면서 똑같이 이렇게 올린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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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 사진이 1만이야? 이 사진이 1만이야? 라고 내가 분노를 뿜자
남편은 고열과 토사속에 허덕이면서도, <데스크에서 규모를 축소하라는 압력에, 아 뭐같다. 하면서 니미 뿡 하는 심정으로 일부러 사진을 같이 올린 기자의 충정이 보이지 않냐.>라면서 위로해줬다. 하긴 그 기자 정말 용기 있다. 이 사진 덕택인지, 그 다음날인가 담담날인가 부터는 경향은 4만, 한겨레는 6만 그랬으니까.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건 뭐냐면, 이렇게 집회의 전체 규모를 볼수 있는 사진이 어디에도 없더라는 것이었다.
진실은 알고보니 이런거였고.

시청 근처 건물들도 옥상개방 요구 거부…"평소엔 열어주더니"

한편 서울시청 옥상에서 취재를 할 수 없게 된 기자들이 촬영을 위해 인근 건물을 급하게 섭외했으나 시청 근처 건물도 기자들의 촬영을 일제히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A 방송사 기자는 "평소 시청 주변의 건물 관리인들에게 취재를 위한 사정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옥상을 열어줬다"며 "그러나 이날은 시청 인근 건물 대부분이 옥상 개방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항의하는 기자들에게 일부 건물 관리인은 "경찰서 정보과 형사가 다녀가면서 기자들에게 장소를 제공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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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머리가 좋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모였어도, 경찰추산을 작게 발표하고 그 전체 사진을 찍을 수 없으면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밖에 없다.

분명 이번주 집회때도 서울시청은 문을 닫을 것이고, 다른 건물 옥상도 모두 개방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믿을 것은 청계천 주변 빌딩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UCC 촬영해서 유포시키는 수 밖에 없다.
그래, 사람들은 지금 예전이 지금과 같냐. 인터넷과 UCC가 있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못내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전부터 내가 살살 소문냈지만, 이젠 다 알게 된 얘기 - 포털에 삭제 압력이 들어오고 있고.
MBC는 먹힐 수도 있고, 경향신문은 부도 안나면 다행이다. 그리고 PD수첩과 같은 방송은 정정보도 요구되었지.  진실을 썼는데 선동이라고, 괴담유포자라며 수사 대상에 올렸다. 촛불집회 장소 안내 조차 괴담유포로 수사대상에 올리는 세상이다. 언로가 막히자, 사람들이 집에 현수막을 걸었는데 이것도 벌금물린다고 공갈협박하는 동사무소 직원이 있었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이런 것이다.
모든 것이 전산화 된 세상이기에, 통제하는 것은 너무나 쉽다.
몇몇의 금칙어지정만으로 인터넷도/SMS도 막힐 수 있다.
구글 중국은 왜 파륜궁이 검색이 안되겠는가. 그것이 뭐가 그렇게 어렵겠는가.

그렇다면 외국 서버를 쓰면 된다고? 유튜브에 올리면 된다고?
우리나라는 왜 북한 홈페이지에 못들어가는가? 통신망에서 간단히 조작해주면 끝이다.

3개월만에 각종 공안경찰들의 아이디어들이 막 뿜어져나오고 있다.
앞으로 4년 9개월동안 이것저것 아이디어들이 뿜어져나올 것이다.
4년 9개월 내로 저런 생각을 과연 안할까 라는 (지금까지는 저런 방법들이 있다는 것도 모르는 것 같다. 원체 무식한 놈들이니) 의심이 든다.


처음에 광우병 얘기가 처음 나왔을때, 난 아무리 그래도 국민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함부로 탄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들어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사람,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권리와 민주주의의 요소를 부정하는 사람이 민주주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고 있다. 그래서 나는 투사로 변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