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개봉에 맞추어 다시한번 여러분에게 상기시키는 자랑질!

저 그 안에 있었어요!!!

골키퍼 쪽에만 몰려있던 한 백여명밖에 안되는 한국 응원단 중 하나였다!
(이때 덴마크 애들로 경기장 가득)

심지어 여자핸드볼 준결승전에도 한 이십여명 있는 한국응원단 중 하나였다!
(이때 프랑스 애들로 경기장 거의 매진 사태)

혹 영화사에서는.. 당시 현장을 지킨 사람들 특별 시사회 같은건 안하나효;;
라고 하기에는 벌써 개봉을 했고나!


올해에도 베이징에서 핸드볼을 볼 생각으로 일정표를 짜두었는데
중동놈들 덕택에 핸드볼이 나갈지 안갈지가 미정인 암담한 상황이니..


근데 그나저나;; 제가 그때 핸드볼 관람기를 올렸던가요;;;
돌아오자마자 하도 정신없어 그냥 넘어간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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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 inside를 보니 이리로 들어오는게 하도 많아 핸드볼 관람기를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뭔가 낚시 같잖아;;;

벌써 4년 전 일이라서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우선 준결승날.
그날은 원래 레슬링 경기인지 태권도 경기인지랑 시간이 겹쳤다.
게다가 우리 선수가 결승까지 올라가게 되어 경기 시간은 꽤 늘어지게 되었다.
그것이 레슬링 선수였는지, 아니면 그당시 줄곧 소극적인 플레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메달을 따서 사람들에게 뭔가 소리를 들었던 여자선수였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여간 메달을 땄기에, 메달 확정되는 경기까지만 신나게 응원하고 그다음부터 막 뛰었다.

나는 올림픽 경기장끼리는 가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뛰면 된다고 생각했다.
메달 확정 된 시간과 경기가 시작된 시간은 한 5분 차이?


아시다시피-.
스포츠 콤플렉스라는 곳은 보통 되게되게 넓다. 밖에 택시를 타러 나오는데까지도 한참인게 정상이다.

정말 그때 우리 가이드였던 역시 스포츠 매니아 (아마 그때 우리가 가게된건 이 스포츠 매니아 가이드 오빠의 기획으로 알고 있다) 홍필오빠, 지금은 노컷뉴스 연예담당 기자인 해리랑 셋이서 미친듯이 뛰었다.
목에서 피가 날 정도로, 100m 달리기 하듯 1000m를 뛰었다. 내 기억에 그때 1000m를 5분에 뛰었다. 미쳤던게지;;

나와서 바로 택시를 탈려고 했는데 택시가 안온다. 역시 올림픽 하는 곳은 외진게 정상;; 택시라고는 약에 쓸래야 없다. 보다 도심지쪽으로 가려고 미친듯이 뛰었다. 정말 셋이 뿔뿔이 흩어져서 헉헉헉 거리면서 뛰어다니고 폴짝 폴짝 뛰어서 겨우 택시를 잡아서 다른 사람을 태웠다. 택시 잡는데도 한 15분.

아 택시 잡아서 살았다! 라고 생각한 순간은 잠시. 핸드볼 경기장은 바닷가 근처였는데, 여기가 완전 밀리는것이다. 완전 정체중에 정체에 빠진것이다. 게다가 시간은 딱 6시와 7시 사이, 퇴근 시간. 택시기사는 그냥 내려서 여기서 올림픽 셔틀 버스를 기다리라고 얘기해주었다.

그러나 올림픽 셔틀 버스도 안온다;;; 그런데 앞에 나타난 길은 무언가 지름길! 기억에 무슨 갈대밭을 막 헤치고 비포장된 길인데 여기는 올림픽 셔틀버스만 다니는 길이다. 그 외에는 지나면 안되는 길인데 "지금 대한민국 핸드볼 선수들이 경기 중인데, 한국에서 온 사람은 우리 밖에 없어요!!!"하면서 호소하여 역시 엄청나게 뛰었다. 그러다보니 올림픽 셔틀버스가 나타났고 역시 한 5분 숨을 고르고 나니 다시 도착.
또 대개의 스포츠 콤플렉스가 그렇듯이 유난히 넓은 이곳은.. 진짜 정말 유난히도 넓어
무슨 티켓 박스에서 핸드볼 경기장까지 거리는 에버랜드 셔틀버스 승하차장에서 첫번째 놀이기구가 나오는 거리만큼인것이다!

그야말로 정말 너무 뛰어서 목에서 피를 토하면서 핸드볼 경기장 입장!!!

그러나, 죽겠다 죽겠다 싶으면서 들어갔음에도 절대 쉬지를 못했다.
이미 후반전이 한창인 그 경기의 경기장은 정말 모두 파란색 물결. 수많은 프랑스팬으로 가득했다.
프랑스는 그리스와 가깝고, 또 유럽에서는 핸드볼 열기가 뜨겁고, 또 그날이 금요일이던가 토요일이던가 그랬으니! 이 프랑스 아이들이 한가득 몰려온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 관중으로 도배된 경기장에 우리나라 사람은, 한 스무명 정도 밖에.
레슬링인지 태권도인지 경기가 겹쳐서 교민들은 거의 핸드볼을 포기했었고,
우리처럼 현지 지리 잘 몰라서 무조건 뛰어댄 사람들과, 애초에 핸드볼 볼 생각이었던 분들만 본것이다.


경기는 예의 핸드볼이 다 그렇듯이 박빙이고.
늦게 와서 앞자리 못 앉고 꼭대기에서 보더라도 우리 아줌마들;;; 은 정말 딱 보기에도 아줌마였다.
그때는 진짜 우리 선수들;; 이라는 얘기보다 우리 아줌마들;; 이라는 얘기가 먼저 나왔다.
프랑스 아이들은 아주아주 새파랗고.

그전에 이미 은퇴선수들을 불러들여서 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애 엄마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이렇게 아줌마들일줄은 몰랐다.

경기는 아주 비등비등. 그 가득한 프랑스팬들의 열기.
아주머니들은 후반에 갈수록 체력이 떨어짐이 우리에게도 다 보이고.

그래도 우리가 이겼다. 야호호호.


이제부터 사실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결승 티켓을 안사놨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가 올라갈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은퇴선수들을 불러모은 아줌마 팀이고, 프랑스는 팔팔하여.
이미 한밤중인데, 결승은 오전. 언제 티켓을 살 수 있을까.

아테네의 명동쯤 되는 신따그마에 정오쯤 가면 티켓 장터가 열린다.
미리 표를 사둔 사람들이 티켓이 필요 없게 되면 티켓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판다.
(는 건 올림픽 초반에 얘기고..) 폐막이 가까워지면서 구기종목 결승만 남은 상황에서는 티켓은 정말 금값이었던 것이다. 과연 우리가 표를 살수 있을까,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건 체육관을 벗어나자마자 기우임을 밝혀졌다.
대개 프랑스 팬들은 이미 결승 티켓을 사놨기 때문에, 석패에 마음이 쓰려도 티켓은 팔아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체육관 입구 부터 전차 승차장까지 우리만 지나가면 프랑스인들이 흥정하려 접근을 하였고
그래서 우리는 그러한 역경매 끝에, 인기 종목인 핸드볼 결승전 티켓을 반값에 살수 있었다. =)

그리고 그날 기분 좋아 아테네 바닷가 시푸드 레스토랑에서 근사한 진수성찬을!
(아테네는 물가가 싸서 진수성찬도 엄청 싸다. 그날 응원했던 한국분들이랑 민박집 식구들이랑 8명이서 와인 곁들여서 진수성찬을 먹었는데 28유로쯤 나왔는듯.)


***

결승전 날.
폐막일의 오전 경기이다.

그날 아테네의 모든 한국사람들은 축제분위기였다.
모두들 가발 쓰고 얼굴에 그림 그리고 결전을 준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물론 나도 이랬다.
바로 그 핸드볼 결승전날의 나의 모습이다.
팔에 태극기까지 그려가며!!

(아 4년전 사진 보니 참 예전이 그립구나, 예쁘도다;; )








그날 경기장엔 덴마크 팬들 한가득, 그리고 표 사놓고 못팔고 그냥 온 프랑스팬들 반가득.
그리고 골키퍼쪽 한쪽면 (축구장의 서포팅석) 은 한국 사람들이 차지했다.

덴마크나 프랑스에 비해서는 한줌의 사람들이지만,
아테네에 있는 한국 사람들은 다 온 것 같았다.

메달 따서 휴가를 즐기면서 더 있는 선수들, 각종 방송국 리포터들, 기자들, 한국 교민들.
아마 내 인생에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을 한꺼번에 지근거리에서 서로 얘기하면서 있는건 처음이었을것이다.


그리고 경기는 아시다시피.
오죽하면 영화화가 될 정도로.


이미 한국 선수들은 후반전 10분 부터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얇은 선수층으로 교체투입 선수도 거의 없었기에 장기레이스를 뛰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너무나도 힘들어하는 아줌마들, 반면 저 덴마크 소녀들은 완전 발랄발랄.
그래서 정말 빨리 경기가 끝나기를 바랬다. 우리 아주머니들의 체력이 이미 바닥 상태이니까.

허나 신은 우리뜻을 저버리시고 연장전.

연장전 들어가기 전 쉬는 시간. 몸이 초조했다. 선수들이 힘빠진걸 아니까.
저렇게 온갖 꽃단장하고 응원 가구서는, 복도에 쪼그려 앉아있었다. 서있지 못할만큼 초조했다.
연장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그러나 또 연장전.

두번째 연장전엔 눈물이 났다. 아마 그때 그 현장에 있던 여자들은 거의 다 울었을것이다.
특히 같은 선수들이 많이 힘들어했다. 너무너무 고생하는 아줌마들의 모습. 마라톤 35km 의 체력상태로 뒤어대는 아줌마들의 필사적인 움직임은 눈물 없이 볼수는 없었다.
차라리 져요. 차라리 져요. 꼭 그렇게 금메달을 안따도 되요. 죽으면 안되잖아요. 이런 생각을 밖으로 읊을 정도였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아줌마들이 죽을까봐 진심으로 걱정됐다.

결국은 페널티드로로 졌다.
아쉬웠다. 이미 체력이 갈데까지 간 상태라 페널티 드로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만 진 것이 너무나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잘 싸우고도 은메달이라고 역사가 기억하지 않을것 같아서 였다. 우리나라는 1등만 기억하니까, 금메달만 기억하니까. 그게 너무너무 아쉬웠다.

**

허나 다행일까.
내가 잊혀질까봐 걱정했던 그 아줌마들은 영화화도 되었고, 흥행도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 선수들을 기억하고 또 기억할 것이다. 그게 참으로 고맙다.

권용관은 언제나 수비를 잘하는 선수긴 하지만,
권용관, 이종열, 박경수의 연속적인 파인플레이로 계속적인 고비를 꺾더니
세상에 8회 1사 1루때는 마해영의 '마해영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1루 수비로 김재구의 총알같은 라인선상으로 따라가는 2루타성 타구를 잡아버린 것으로 화룡점정 하였다.
타격에서도 진루타도 문제없이 따라가며 팀배팅 해주며!

투수운용은
최상덕(6)-김재현(1)-강상수(1/3)-김민기(1 1/3)

나는 앗, 강상수는 패전조인데 왜 나와! 이랬는데 원포인트여서 다행.
강상수는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와서 이진영을 잡고 들어갔다.
초구의 플라이로 잡고 난 다음에 바뀌니까 바로 바뀌었다.

그리고 김민기를 8회 1사에 비교적 일찍 투입. 확실히 승리를 매조지한다.

감독 바뀐 다음에 투수 4명이었던 것은 처음이었지만, 역시 전의 감독에 비하면 훨씬 깔끔한 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