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 - 부부싸움

우리 너무너무 잘살지 않나? 하고 남들에게 자랑할만큼 알콩달콩하게 살았던 5개월의 기간이 끝나고.
6개월차에 돌입되자, 나름 싸우기도 한다. 지금까지 한 2~3번 싸웠나.
결혼해서 처음으로 각방을 썼다.
게다가 임수진은 치사하게 이불을 들고 건너방으로 건너가버렸다.
남편씨는 그래서 오들오들 떨면서 자고.



토요일 아침 - 비굴한 로파씨

이불 들고 건너갔던 치사한 로파씨는 빨리 준비해서 여행 가자고 꼬드겼다;;;
정말;; 인생이 비굴이다. 막 난리치고 싸우다가도 놀러가고 싶으면 막 애교 남발이다.



토요일 오전 - 올림픽대로부터 헤메다.

부랴부랴 짐 싸들고 - 급하게 나오느라 카메라도 빠뜨렸다 - 집을 나서니 11시 무렵.
올림픽대로는 이미 꽉~~ 그래서 이수로 빠져나와 강남을 돌아돌아
이제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올림픽대로를 향했는데;;

이노무 귀소본능 : 공항을 향한 것이다;;;;;;;

별수 없이 영동대교를 건너가 다시 구리쪽으로 가서 강일인터체인지를 가자 했는데..
이게 뭐람.. 왠 워커힐이 안나오고 경춘가도로 양평 가는 길이 나온 뒤에 남양주가 나오고 덕소가 나온다;;;
생판 모르는 길...
우리 오늘 정선 가는거 아니고 양평 가는거냐;; 걍 양평에서 ATV 탈까? 를 진지하게 고민.

그러나 의외로 차가 안밀려 미사리 밀릴때 올림픽대로에서 강일인터체인지 가는 것보다 더 빨리 강일인터체인지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 - 4륜 바이크 타기

정선은 참 길이 험하다. 정선지역이 왜 카지노를 유치할 정도로 힘들었나를 알수 있을 만큼 첩첩 산중이다.
첩첩 산중을 지나 지나 절벽을 지나 지나 우리의 1차 목적지인 아일랜드 정선에 도착.
실은 강원랜드를 가기로 했는데 거기까지 가서 그냥 오는건 너무 심심하니까 중간에 들린 레져체험장이다.

우리가 미리 예약한 것은 사륜모터바이크 오지 체험.
꼭 3발 자전거 처럼 생긴 사륜 모터바이크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것이다.
인터넷 홈페이지랑은 좀 다른데, 30분동안은 연습을 하고 1시간 30분 가리왕산 에 등반하고 오는 코스로 총 2시간, 인당 2만5천원.
무엇보다 단 두명이 갔는데, 한명의 가이드가 붙어서 우리들을 이끌고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오는 게, 정말 고마웠다.

처음에는 방향을 못잡아서 짚섭에 고꾸라지지를 않나, 남편씨에게 방향치 방향치 하고 놀림을 받았는데,
30분 연습하고 나니 그야말로 앗싸 앗싸~
엑셀 역할하는 손가락이랑 손목이 좀 많이 아프지만, 재미있고 나름 알찬 코스.

산을 올라가는 것도, 등반에 비한다면 별로 안 힘들고.. 산 내려올땐 진짜 재밌다.
내가 어릴적에 고덕에 잠시 산적이 있었는데, 고덕 7단지 그 언덕 많은 곳에 늘 자전거를 가지고 올라가서
언덕 밑으로 쑤우우우우우욱~~ 마치 후룸라이드 처럼 내려오곤 했다. 그 생각이 절로 나곤 했다.

자 이제 어떤 탈것에 도전해볼것이냐..



토요일 저녁 I - 네이버 빠른길 검색


네비게이션 없는 임수진 차에서
모르는 길 갈 때 가장 큰 도움을 얻는 것은 네이버 빠른길 검색이다.

정선의 ATV 타러 가는 길이나, ATV 타는 곳에서 강원랜드 가는 길이나
너무 국도 남발이라, 길이 걱정되어..
네이버 빠른길 검색에서 구간별 다 인쇄를 해서 떠났다.

그/러/나

후평삼거리는 후평사거리가 되었으며
평창교는 무려 두개다.
구간별 km 표시는 어째 하나도 안맞는다.

그래서 헤메다 헤매다.. 만난 59번 정선에서 태백 넘어가는 코스는..
정말 정말 무서웠어요.. ㅠ.ㅜ
이미 깜깜해진 밤 절벽을 넘어 다니는 길이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게다가 천둥 벼락도 쳤다구요. 엉엉.

암튼 이노무 네이버 이놈! 이러면서..
계속 네비게이션이 생각나는 밤이었다아아.


토요일 저녁 II - 엘카지노

강원랜드 호텔은 되게 비싸다.
하이원 호텔은 거리도 멀고, 그리 좋아보이지도 않은데 비싸다.
펜션을 뒤져봤지만, 강원랜드 근처 펜션은 전부 이쁜 펜션 좋아하는 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강원랜드 근처의 호텔로 검색하면 인터넷에서는 딱 두군데 나온다.
엘카지노와 스타호텔.
근데 좀 스타호텔은 비즈니스 호텔 느낌이 나고, 엘카지노는 부띠크 호텔 느낌이 난다.
그렇다면 당연 부띠크 호텔인 엘카지노.
강원랜드에서 스타호텔보다는 한 10km 떨어져있는 엘카지노이지만, "예쁜데"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다 ok 다.

엘카지노. 안타까웠다.

방도 너무 좋았고. - 10만원 정도에 대형 월풀욕조, 스위트룸 크기의 방, 커다란 PDP TV 등  -
룸서비스 가격도 훌륭하고. - 막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1만원, 황태해장국 6천원 이런.. 게다가 메뉴 대따 많다. -
그리고 바베큐 그릴도 빌려준다. 바베큐 그릴 대여비 1만5천원. 야채 (상추 완전 신선하고 양도 대따 많음) 5천원.
공기밥 2천원. 각종 접시랑 이런건 양념장 같은거 당근..
그리고 호텔이 예쁘다. 엘카지노 공식홈피의 사진은 오히려 후진데..
호텔 게시판에 올려진 사진 하나 믿고 갔는데 정말 사진과 동일.
게다가 앞의 정문의 단조 장식도 어찌나 예쁜지. 나 단조 장식같은거 싫어하는데, 이건 정말 괜찮았다.

그런데 뭐가 안타까웠냐 하면..

식당에 밥 먹은 사람 우리가 유일.
8시부터 10시 반까지 먹었는데 우리가 유일.
바베큐그릴과 레스토랑을 전세 냈네, 전세 냈어.
호텔에서 우리 외에 손님 본적 없음.
1박2일 동안 주차장에 우리 차랑 호텔 차 빼고 나머지 차는 한 3대?

우리방이야 디럭스 더블이니까 10만원대지, 나머지 방은 모두 1박에 3만9천원이었는데
좀 안타까웠다. 흑흑흑.

어쨌든 우리의 이번 여행은 숙소도 굿굿굿~


그나저나, 엘카지노 있는 곳 산 이름은 무려 민둥산...


토요일 밤 - 카지노로 가자!

12시쯤, 카지노로 향해 간다고 꽃단장 한다.
오빠는, 내가 좋아하는 날나리 재벌2세 교포 풍의 남색 셔츠를 입히고.
나도 원피스로 갈아입고. 예쁘게 꽃단장.

비는 주룩주룩 천둥번개가 치고.
카오디오에는 이럴때 딱 제격인 카우보이비밥 1집이 플레이 된다.
그리고 호텔 앞 국도변은 쌩쌩~ 차들이 쌩쌩 달린다.
빨리 도착해야 한 게임이라도 더 한다 그런 자세 처럼.

10km 쯤 더 가서 강원랜드 앞동네가 나오자.
그동안 쭉 봐왔던 적막한 풍경이 아니라, 사당동 봉천동 신천 화양리 모텔촌 같은 풍경이 쫘아아악~
스타호텔도 이 안에 있는데.. 왜 엘카지노가 장사가 안되는지 알것만 같았다.
카지노 하러 온 사람들이 굳이 멀리 떨어진 엘카지노에 이쁘다고 갈 것은 아닌것이지..
우리 같이 가족단위 여행객이나 커플단위 여행객이면 몰라도.

그리고 마치 디즈니랜드 모양 같은 화려한 간판을 통과로 카지노로 향하기!

들어가니 정말 차들이 빽빽하다~ 주차 하고 걸어가기 너무 난감해보인다.
꽃단장 했는데, 비도 미친듯이 오고, 우산도 없고.
그래서 호텔 앞에 1만원 내고 발레파킹 했는데, 나쁘지 않은 투자였는듯.
어차피 카지노에서 돈 버릴꺼라면, 호텔에서 1만원 주고 발레파킹 하는걸 추천드린다.

그리고 마치 롯데호텔 같은 풍의, 나름 럭셔리한 이 호텔에는.
너무 안어울리는 "후줄근한 쩔은 사람들"이 넘실 거린다.


토요일 새벽 - 카지노.

"어차피 테이블 없어서 잘 못할꺼야. 슬롯머신만 할껄."
이라는 남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어떻게 룰렛판에 앉게 되었다.

룰렛. 1부터 36까지 숫자판 위에 칩을 올려놓고 룰렛이 돌아가면 걸린 자리 사람이 돈을 따는 법.
남들은 다 1부터 36까지 쭉 칩을 다 깔아놓는다. 그럼 어쨌든 하나는 걸리게 되어 있으니까.
나 역시 비스무리하게 2개씩 걸쳐놓아 칩을 다 깔아놓는다. 그럼 어쨌든 하나는 걸리게 되었다. 그래서 꼭 17개씩 땄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그러나. 점점. 승부를 즐기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칩을 깔아놓고 똑같이 17개씩 받아가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뭔가 눈에 돈만 보이고, 쩔어 있기만 했다. 그러다 0이 나오면 완전히 다 잃어버리고.
10만원에 시작한 게임이 7만원으로 오래 버티다가, 어느새 3만원이 되었고.
재미가 없었다. 기계적으로 배팅만 하는 내가 한심했다.
0이 더 나와서 더 털리기 전에 손을 털고 일어섰다.

룰렛 가지고 한 2시간 이상 놀았다.
남은 3만원 가지고 슬롯머신을 더 할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오빠를 룰렛판에 버려두고 슬롯으로 왔다.

슬롯머신 시작.
1만원을 다 잃어버리는데 단 2분 걸렸다.

룰렛에서 7만원 가지고 2시간 넘게 놀았는데!!!
순간 버럭 하면서 오빠한테 갔더니, 오빠도 재미없어하고 있다.

똑같이 20만원 들고 가서 똑같이 10만원 바꿔서 2만원씩 남기고 돌아왔다.
우리는 역시 소심한 피플들이라, 쿠쿠쿠쿠. 도박이랑은 인연이 없다.
다만 둘다 스포츠매니아라.. 경마는 좋아라 한다;;; 캬캬캬캬캬캬;;


일요일 낮 - 길.

카지노에서 돌아오자마자 옷도 안 벗고 화장도 못지우고 그냥 뻗었다.
일어나니 벌써 체크아웃 시간. 서울 올라가서 야구 보기로 하고.. 마구마구 달린다.
낮에 본 38번 국도는 참 멋스럽다. 길이 막 산을 향해 달려간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처음 본 풍경이다. 산 바로 아래의 길이라니.
중앙고속도로의 치악산 구간도 참 멋스럽다. 산꼭대기에서 산과 산을 다리를 통해 넘어 터널을 통해 지나간다.


일요일 저녁 - 대 삼성전.

대체 무슨 팔자가 이러냐.
팀이 총 5번 졌는데, 그중 두번 간거 다 졌다.
게다가 처음 간건 7:1로 떡되는 경기. 또 두번째 간 경기는 9회말 투아웃에 동점 되었다가, 12회 초에 패스트볼로 점수 주는 경기.

그러나 더욱더 열받는 것은 오심으로 진 경기라는 것이다.

이대형의 명백한 세잎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작렬한 순간, 나 바로 그 순간 1루 바로 앞 지정석이었다.
그리고 2007 시즌 엘지트윈스에서 내가 가장 완소하고 편애하는 그 이대형이었다.

저쪽이 9회말 투아웃에 동점을 만들었는데
우리가 12회말 투아웃에 동점 못만든다는 보장이 어딨나.

열받아 열받아 억울해 억울해 해서 소리 고래고래 질러가면서 버럭 거렸는데.
이미 다른 엘지선수들도 다 퇴근본능 작렬하고 우리 불쌍한 이대형만 덕아웃에서 물끄러미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