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올해 들어서 가장 의미있는 주말이었다.

토요일엔 2012년 중 가장 최고로 두뇌활동이 왕성해서, 

너무 팽팽팽팽 돌아가는 두뇌 소리에 신이 났던 하루 였고.


오늘 푸디토리움 콘서트에서 Pra Fazer Uma Cancao가 들려지는 순간은

시훈이와 남편이 주는 깨알같은 행복을 제외하고

본연의 나 자신이 맛보게 되는 행복의 최상치를 맛본 순간.


사실 이 곡은 김정범의 음악 치고는 매우 가볍고 경쾌한 소품인데,

그래도 이상하게 이 순간이 제일 행복했다.


http://youtu.be/rADxe5NDZbo


김정범의 음악필명인 푸딩과 푸디토리움의 앨범은 각각 2장씩 4장이 나왔는데.

그중 파비오 까도레 가 보컬을 맡은 곡은 최소한 다섯곡 이상 된다.

말하자면 파비오 까도레는 김정범의 뮤즈랄까.


그런데 파비오 까도레는 상파울로에 살아서,

김정범과의 작업은 늘 이메일로만 했다고 한다.

이메일로 음원과 가이드를 보내면 저쪽에서 이메일로 가사를 주고 또 컨펌하고.

또 노래를 불러서 그 음원을 보내서 작업을 했겠지.


그리고, 파비오 까도레는 영어를 못하는데 김정범도 포르투칼어를 못해서 그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구글 번역기를 이용했다고 한다. 어차피 만나지 못하고 이메일로만 커뮤니케이션 하는거니까 구글 번역기는 충분히 쓸모가 있었겠지.


이번 공연을 앞두고 파비오 까도레는 상파울로에서 30시간을 비행기를 타고 서울땅에 도착해서

김정범과 처음으로 만났다고 한다!


그러니까 김정범과 파비오 까도레가 이메일과 구글번역기를 통해 언어의 장벽과 거리의 장벽을 넘어 만든 노래들을 나는 몇년간이나 끼고 살았다가, 그들이 거의 처음 만나는 그 순간을 목격하게 된것이다. 그러니 그 순간에 피어나는 그들의 행복과, 관객의 행복에 내 행복이 더 해져서 정말 가득한 행복이 되었을터.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