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사람들이 뜸한 블로그니까 마음껏 주접 떨기.

 

2011년에도 엔디씨에 나갔었는데, 2011년 시훈이가 8개월때라 잠 많이 자고 기어다니기만 할때랑,

지금 다 커서 엄마랑 놀자 놀자 하고 붙어 다니고 새벽 1시에 자는 아이 일때랑은 천양지차.

정말 정말 너무 시간이 없었다.

 

정말 6시 30분까지 계속 시간단위로 회의들은 있지,

요즘 노을반 안하겠다는 아들램이니 7시 30분엔 퇴근해야 애를 픽업하지,

애는 엄마 잘때 까지 엄마랑 놀겠다고 붙어 있으면서 안자지, 애 재우겠다고 누우면 나도 코 골고 자지;;

도무지 발표 자료를 만들수가 없네! 발표 연습 못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발표 자료도 결국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밤 새서 만듬. ㅠ_ㅜ

덕분에 류현진의 경기를 다 챙겨봄. 철야로.

 

게다가 지난주까지의 어린이집 계획으로는 내 엔디씨 발표일과 어린이집 소풍날이 겹쳐서;;

지난주말엔 온갖 어린이집 소풍 도시락 밑 작업 다 하기.

 

이런거 짱짱하게 만들어 놓고.

 

정말 다행히도 애 소풍이 금요일로 연기되었음. 진짜 천만다행.

 

 

어제도 사무실에서 노트북을 갖고 나왔어야 했는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왔을때 노트북 두고 온 것을 깨달음.

그러나 다시 올라가면 아이 어린이집 하원시간에 늦음.

그래서 노트북 안들고 집에 옴. 대체 무슨 깡이니.

그래서 PT 연습을 핸드폰으로 하기로 함 ㅡ,.ㅡ;;

 

애 뽀로로 보여주면서 옆에서 핸드폰 들고 PT 연습을 하는데

아들램 엄마가 자꾸 딴 소리하고 지가 하는 말 안 받아주니 짜증냄. 

그리고 정말 시종일관 말 시킴.

그래 PT 연습은 내일 메이크업 받으러 가서 하자.

라고 결심하고 그냥 자 버림.

 

옛날부터 무슨 발표 하는 날 있으면

발표 = 뉴스기사로 올라옴 = 내 사진 유포 인지라

꼭 메이크업 받고 왔는데,

이건 남자들에게는 비밀. 너무 오버 같아서.

 

이젠 아들래미도 있고

애 아빠 출근시간도 맞춰야 해서

(애 잘때 빈집이면 안되잖아)

무려 5시 30분에 일어나서 메이크업 받으러 감. ㅠ_ㅜ

메이크업 받으면서도 발표 연습 했어야 했는데 잠 듬. ㅠ_ㅜ

애 아빠 출근시간 전에 돌아와서 연습해야 했는데 또 잠 듬. ㅠ_ㅜ

아 이젠 나이가 들어서;;

 

잠든걸 깨닫고 급하게 일어나서 애 준비 시키는데

자던 애가 갑자기 일어나서 씨리얼 먹고 나가겠다고 우김.

ㅠ_ㅜ

얘야 엄마 오늘 발표야 라고 애한테 말해봤자 들어줄 애가 아님.

그렇다고 먹겠다는 애 안먹이는 무정한 엄마가 될 수도 없...

그래 오늘은 우유 타지 말고 까까만 먹을까? 하고 컵에 씨리얼을 담아주니

안돼 안돼 접시~ 하면서 우는 아들놈.

그래 대접 꺼내서 우유 타서 먹어라.

엄마 망했음.

아침 데일리 미팅 끝나고 발표장 가야 하는데. ㅠ_ㅜ

 

그나마 이거 불행중 다행.

자료가 뭐가 잘못된것 같다고 발표장에서 긴급호출

아침 세션 발표 전에 와달라고.

그 핑계로 아침 데일리 미팅 불참.

 

그런데 아침부터 시훈이는 차에서도 왜이리 찡찡대.

그리고 하늘은 왜이리 청명해.

간만에 입은 정장 자켓이 너무 더워

메이크업한 보람 없이 땀으로 줄줄줄.

 

 

발표자 선물 확인하고, 시간표 확인하고.

내 이름과 발표 제목이 멀쩡히 들어갔는지 확인하고.

뭔가 참 그럴싸 한 것 같지만...

 

실은 진행요원들 도시락 타 먹는데,

발표자에게 밥 주는지 안주는지 몰라서

도시락 달라고 할까말까 몰라서

혼자 코엑스 구내식당 가서 밥 타먹음.

38세. 사람 개떼같이 많은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건 일도 아님.

엉엉 K모 컨퍼런스에서 발표했을때는 호텔 부페가 제공되었단 말이다!

 

 

허영만 화백이랑 같은 시간의 발표라서 완전 쫄았었는데,

그래도 객장이 가득 찼음.

그런데 25분 발표인데 질문 두세개 들어올거 계획하고 시간배정 했는데,

질문 한개 들어와서 20분만에 끝났음.

발표시간이 너무 짧아서 다들 욕하시는건 아닐지.

 

발표는 연습 하나도 못했던 치고는 잘했음.

말 그렇게 빠른 내가, 발표만 하면 말이 느려지는 내가 나도 신기.

 

발표 다하고 몇몇분 만나서 담소를 나눈 후

회사로 돌아오는 길.

 

앗, 나 오늘 메이크업 했는데!

인증샷 하나도 한장 안찍었네!

하며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셀카.

아이고 구질구질하여라. 

 

이젠 메이크업을 받아도 별로 드라마틱한 변화가 없다.

늙은거지.

 

가끔, 내가 멋지게 사는줄 알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

블로그에서만 보고

대부분의 블로거나, 카스 유저들 처럼

나 역시 블로그에는 좋은 글만 올린다.

그러니 당연히 허세덩어리다.

 

멋지게 사는 것 같았지만,

오늘 발표 주제도

회사에서 지원 안해주는 힘없는 팀에서

서비스로 극복해내기가 주제였다.

작년의 내 인생이 정말로 그랬으니까.

 

그리고 비록 지금은 멋지게 사는 것 같더라도.

결국 돌아와서 이렇게 저녁 대신 컵라면이나 먹고 있는 거 보니

피상적으로 보이는건 순 거짓말 같다.

삶의 면면을 속속들이 보면 참 치열하고 참 구질구질하다.

 

 

 

아이고 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