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듯 라디오를 들으며 출근을 했다.
누군가 나와서 대담을 하고 있다.

한참을 듣고 있는데 DJ가 그 누군가에게 아무개**님.이라고 불렀다.
10여년전에 내 첫키스를 빼앗아간 놈이다. 그것도 강제로.
남들은 향기로운 기억으로 기억하는 첫키스를 불쾌한 기억으로 만든 사람.

오랜 짝사랑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던 찌질이가
이젠 목소리와 말투도 바뀌어
그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목소리와 말투가 되었다.
꽤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나도 못알아들을 정도로.

그리고 10년이 흘러 나도
그 사람을 생각하면 더 이상 불쾌하지 않고,
아 그런 일들이 있었지. 하면서 그냥 약간 입꼬리를 올려가며 기억하게 된다.

어쨌든 성추행범도 사랑을 제대로 고백할줄 모르는 풋내기로 기억하게 되다니
젊을때 향수라는 것은 참 무서운 놈이군.


뭐 하긴 그녀석도 그로부터 한 5년 뒤에
드라마에나 나올듯한 굉장히 로맨틱한 방법으로 다시 한번 프로포즈 했으나
그래도 성추행범을 용서할순 없더라는.
그랬더니 그 담달인가 바로 여자친구를 만들어서 곧장 결혼하더라는.
그리고 매우 잘어울리는 행복한 가족이 되었다는.
뭐 그런 얘기.

세월이라는것도 참 무서운 놈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