홧병으로 앓아눕다. 잡담 2008. 4. 22. 17:18

3월부터 남편에게 일본 가자고 노래를 불러댔고,
3월에 남편이 휴가 내기 어렵다고 해서 그럼 5월에 가자고 그러고.
지지난주부터, 5월 3일주에 회사 안나가도 돼? 5월 12일주에 회사 안나가도 돼? 하고 칭얼거리고.
올해 어버이날은 친정은 안챙겨도 되어서 시댁 어버이날 일정 알아보라고 남편에게 노래를 불렀건만

우리 남편 이제나 저제나 매일 미뤄대더니.. 오늘 내가 버럭버럭 거리면서

“버럭 버럭 버럭 버럭”
“비행기가 입석 받냐!”
“내가 느려터진 남편 때문에 홧병 걸려서 죽는다!”

라고 3개의 연속되는 문자를 보내서야 그제서야 마누라 뿔났다는걸 캐치하고 일정을 챙기셔서.


그래서 오늘에서야 예약을 했더니 세상에 7석 초과란다. 7석 초과.
5월 3일 새벽에 뜨는 아시아나, 대한항공, JAL, ANA 전세기 모두 합쳐 딸랑 7석 초과란다.

아 7석이면 어제 예매했어도 되었을수도 있고 그제 예매했어도 되었을수도 있고
지난주에 했으면 무조건 됐고.


요즘 부쩍.
임신을 하게 되면 나의 이 모든 인생을 접힌다는걸 실감하면서
하루하루 주말에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있다. (목숨까지는 아니어도 <결혼유지여부>는 매번 걸리고 있다.)
그래서 벚꽃이 만발한 일요일에 회사에 가서 5시 30분에 퇴근한 남편을 진심으로 구타하기도 하고.
주말 하루 헛되이 보내는것도 못참는 나에게,
여행 하나도 앞으로 10년동안 못갈 여행이니까 라면서 목숨을 걸어대는 나에게,
남편이 거의 비수를 꽂았다.

남편은 휴가가 5일 밖에 없고, 맘대로 월차를 낼수 있는 직종도 아니기 때문에.
사촌 도련님이 5월 10일에 결혼하는 이 집 일정상 도쿄에 갈수 있는 날은 5월 3일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6월 6일은 금요일이라, 도쿄 1박3일 비행기는 꼭 토-월 일정이기에.
그러니까 이 날 밖에 없었단 말이다.

아.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면.
이미 자궁근종이 생긴 것 같은데 확 자궁적출 해버린다.



나에게 아이란.
자꾸만 내 인생을 끝장내는 존재 같아서 정말 싫은데.
- 아이가 주는 기쁨 그런거 운운하지 말라. 지금은 정말 싫은거다. 앞으로 평생동안 이명박이랑 같이 살라는 것보다 더 싫단말이다. 이럴때 꼭 아이 있는 엄마가 어쩌고 저쩌고 운운하는데 아이가 싫은걸 어쩌라고! –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를 가져야 하고 내 인생을 끝내야 한다니 그렇게 암울할 수 없다.
나중에 억지로 생기면, 어쨌든 그 순간을 즐겨야 하고 슬퍼하면서 살수 없으니 아이를 매우 이뻐하면서 물고 빨며 살겠지만 지금의 나는 나중에 그런 타협을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싫단 말이다.

하여간 어쨌든 남편이랑 결혼을 한 다음에,
이렇게 여행 일정 조차 2달전부터 설계 못하고 시집 일정을 알아봐야 한다는 사실만 봐도
생활이 이렇게 이렇게 달라졌는데.
여기에 아이라니. 어머. 세상에.

하여간 자꾸 아이라는 칼날을 목에 겨누는 사회도 싫고. 그걸 거부해낼 수 없는 사회가 싫고
그렇게 겨눠대면서 정말 사소한 것에 게으름펴대서
제대로 내가 마지막으로 놀고 싶은것 하나 똑바로 못하게 하는 남편이 왠수같구랴.

그야말로 홧병으로 앓아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