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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내가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게 된다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그동안 살면서 하나둘씩 느꼈던 것들이 이제 돌아보니 하나로 이어지는 문제였기에,
내가 나중에 좀더 멋진 사람이되어, 여학생들 앞에 설 기회가 생긴다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그 내용은 대충 이러하다.

# 1

수렵시대부터 농경시대를 거쳐, 심지어 산업혁명으로 공장제가 되었을때까지도 육체적 우위는 생산력에 대단히 중요한 지표였다. 공장시대가 되었을때까지도 힘의 우위가 없는 여공들은 경공업 쪽에 종사를 했지만, 힘의 우위가 있는 남성들은 좀더 급여가 높은 공업쪽에 종사할 수 있었고, 이는 소득의 차이를 낳았다. 결국 남성들의 소득에 여성이 의존하고 대신 여성이 살림을 맡는 것이 효율적인 것이었다. 일의 主는 남성이고, 여성은 보완적인 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정보화시대가 도래한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사무실에서 남성이 육체적 우위를 통해 여성보다 더 잘하는 일은 고작 생수통 교체하는 일 밖에 없어졌다. 업무에 있어서 육체적 우위가 앞서는 일은 거의 없어진 것이다.

반면 여러가지 과학적 논거로 통해 밝혀진 것이지만, 여성은 언어 전달력에서 남성보다 앞선다.
그런데 전달력이 앞선다는 것은 현대사회에서는 대단히 유리한 것이다. 현대 사회는 본인이 깨달음을 가진다는 것 자체로 의미 있는게 아니라 본인의 지식을 남에게 전달함으로서 의미를 갖는 사회다. 실제로 핵심이나 근본을 잘 알고 있는 것보다는 잘 전달하는 것이 유리하다. 학교에서는 수행평가와 레포트와 구술시험, 논문 등에서 유리하여 점수와 학점에 유리하다. 그리고 사회는 그야말로 전달력만으로 이루어지는데.. 당장 이력서,자기소개서,면접은 순전히 전달력 싸움이다. 그래서 전달을 잘한 사람이 기회를 잡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걸 통과하면 영업도 언어 전달, 프리젠테이션도 언어전달, 보고서 작성도 언어전달, 회의에서도 언어전달, 협상도 언어전달.. 이건 순전히 커뮤니케이션의 전당인지라 전달력에서 앞서면 정말 일을 잘하는 것 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이 점이, 요사이 회사에서 맘에 드는 이력서도 대부분 여자, 면접 잘보는 사람도 대부분 여자, 일 잘하는 사람도 대부분 여자인 경우가 허다한 이유일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그런 것이다. - 여성이 우월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 여성들에게 유리한 세상이 왔다. 똑같이 교육을 받고, 편견도 많이 없어진 세상. 그 세상에서 전달력에 앞선 것은 사회적으로 대단히 유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본인이 여성이기에 하급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를 버려라. 그러니 애초부터 여자라고 남자들과 경쟁하는 걸 포기하지 말고, "여자에게 맞는 직업은 교사야" 이런 식으로 범주를 한정해서 선택의 폭을 좁히지 말라.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여자라고 혜택을 받으려 하지 말고, 야근이나 외부영업이나 힘든 일들도 남성과 차별없이 똑같이 일을 하라. 본인이 혜택을 받으려는 것 자체가 본인이 하급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 라며, 남자에게 기대서 살 생각하지 말라. 여자의 전달력이 유리한 세상이라면, 남자들을 이끌수도 있는 건데, 왜 본인이 먼저 포기하느냐.

이런 얘기를 여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었다.


# 2

나는 본디, 여자들이 능력있는 남자/돈 많은 남자를 찾는 것과 남자들이 예쁜 여자/몸매 좋은 여자/어린 여자를 찾는 것은 고쳐야 할 나쁜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건 본성이다. 좀더 나은 2세를 낳기 위한 고대부터 내려온 본성이다.
남자들은 좀더 좋은 육체의 아이를 낳기 위해, 좋은 육체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고, 여자는 그 외형적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가를 잘 먹일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이건 본성이다.

앞서 말했듯, 이 시대는 전달력이 더 중요한 시대다. 전달력에서 앞서면 일을 잡을 가능성도 높아지고, 일을 잘하는 것 처럼 보인다. 결국 여성들이 돈을 더 많이 벌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100년 후엔 여성이 아이를 잘 먹일 환경을 담당하는 것도, 남성이 아이에게 좋은 육체를 물려주는 것을 담당하는 것도 가능한 얘기라는 생각을 해왔다.


# 3

난 오늘 촛불 집회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늘 촛불 집회는 마치 아크로폴리스 광장 처럼 계속적인 자유발언 릴레이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 자유발언을 한 사람들의 7할은 여중고생이었다. 나머지 2할(1할은 그외)의 아저씨들은 괜히 흥분해서 아무것도 못 알아듣게 큰소리로 어버버 어버버 만 했는데, 여중고생들은 어찌나 논리 정연하게 본인 생각을 조리있게 말하는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똑소리가 넘쳤다. 그래서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남학생들아, 예뻐져야겠다. 10년도 안남은 것 같다."


# 4

저 밑에, 남고생 Dot군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어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포스팅은 결코 여성우월주의에 입각한 얘기가 아니다.

여성이 언어전달력에 앞선다는 것 만큼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얘기이고, 언어전달력이 사회에서 돈 버는데 대단히 유리하다는 - 수렵시대에 남자가 유리했던 만큼 - 그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나 요즘 왜이리 심각하고 무거운 글만 써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