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나 등등에서 6월 10일에 100만이 온다고 설레발을 엄청 쳐대고 있는데.
솔직히 걱정된다. 지난 주말 보다 훨씬 적은 10만 정도가 오지 않을까 싶어서.

이유는.
- 주말이 아니다.

더 큰 이유는
- 지금 집회의 중심세력에게 6.10은 별 중요한 날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87년의 대학생들은 이미 많이 변절했다.
뉴라이트로 돌아서거나 한나라당으로 들어간 그 앞선 선동자들 뿐만 아니라
87년의 대학생들 중 상당수는 지난 선거때 이명박을 찍었다.

지금 집회의 중심세력은 고등학생, 아줌마, 20대이다.
그리고 이 집회의 가장 큰 세력인 82cook 같은 경우엔 PD, NL 이런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사실 안티조선운동도 올해서야 안 사람들이 상당수.

나는 늘 우리나라 보헤미안 세대들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이끌어왔다고 생각해왔다.
벌써 몇번이나 쓴건데, 72년생-76년생, 91학번-95학번 이 또래가 음악을 들을땐 음악이 발전했고, 영화를 들을땐 영화가 발전했다. 이들이 PC통신을 쓰기 시작했고, 인터넷과 핸드폰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도 공연장에 가도 아직도 이들이 태반이고, 이들이 돈이 생겨서 뮤지컬을 보게 되자 뮤지컬이 호황이다. 역시 뮤지컬 계에도 이들이 가득이다. 이들은 결혼도 늦게 했고, 돈이나 출세보다 문화생활과, 자유, 즐거움이 우선이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엔 난 운동권 직후 세대여서 그런것 같다라고 생각한다. 91년을 고비로 운동권은 거의 쇠약했으며, 아직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다. 다들 배낭여행을 다녀왔고 좀더 넉넉하면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즐겁고 즐겁고 또 즐거웠던 우리는 X세대 - 아 그 얼마나 촌스러운 이름인가 - 였다. 우리는 IMF도 겪지 않았고 무사히 취직에 성공했다. 그래서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잘 살았다. 아직 대부분 결혼도 안한걸 보면 그렇다. 어찌 보면 영악한 우리 다음 세대들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취업준비도 열심히 하고 심지어 결혼도 일찍 하는 걸 보면 그야말로 우리는 철딱서니 없는 히피인 것이다.

하여간 그런데, 지금 촛불집회도 우리가 하고 있다.
제일 먼저 시작한 고등학생들의 촛불의 바톤을 이은 것은 우리 또래의 아줌마들이었다.
그리고 바로 이세대는 87때 초등학생~중학생이었다.

우리에게 87년 6월 10일은 의미가 없는 날이었단 말이다.


하여간.
6/10을 의미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87학번, 최소한 40대이다.
집회에서 40대가 많았던가? 1달 내내 나갔지만, 40대의 비율은 정말 저조했는데?
대책위에서 6/10을 기억하며 각종 설레발을 치지만, 과연 6/10은 100만을 동원할 수 있는 날일까?

6/10에 100만을 모으겠다는 건 너무 운동권 본위적인 생각이지 않나.


괜히 설레발 쳤다가 그에 비해 너무 저조한 성적에 오히려 힘을 다 잃어버리게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