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에게 "언니는 결혼한거 행복해?" 라고 물어봤다.
열심히 달아줬더니 너무 길어서 안올라간댄다, 젠장.



가장 좋은 점 : 어쨌든 내 편인 사람이랑 산다.
이 나이쯤 되면 친구도 다 없어져. 남자친구 생기면 여자친구들 헌신짝 취급하는 것들이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인데 남편이 생기면 더하다. 남자아이들은 Girl Friend가 생기거나 결혼을 하면 Female Friend는 안만나게 되지. 하여간 되게 외로워질때 유일한 내 파트너인셈.
여행, 식사, 수다 그 모든 것에 있어 유일한 내 파트너. 평생가는 친구이자 동지라는 안정감. 나는 남편이 없으면 어떻게 속내를 다 터놓는 수다를 떨고, 어떻게 콘서트를 가고, 어떻게 여행을 갈까. 뭐 그런 생각. 특히 나같은 경우 요즘 우리나라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데, 남편이 나와 사고방식이 거의 같기 때문에 계속 토론을 하면서 안정을 찾지.


나쁜 점 :
1. 시댁
내가 그리 특별히 잘못하는 것도 없는데, 내가 매사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내가 잘못한것도 없는데 난 결혼과 동시에 카스트제도의 수드라가 되었어. 잘난척을 하자면 줄곧 잘나갔던 내가 갑자기 가족 구성원 중 최하위 이자 알아서 하는 가정부이자 형부의 베이비시터가 된다는 사실이 기분 나쁨. 시댁만 가면 나는 형부의 보조자이자 베이비시터로 전락됨. 처음으로 차별을 겪게 되는건데, 더 웃기는건 시댁에서는 결코 날 차별한 적이 없는데, 나 스스로 내가 차별의 굴레를 씌운다는거야. 웃기는 일인거지.

2. 스케쥴 - 또한번 시댁
내 스케쥴은 내가 모름. 남편이랑 항상 스케쥴을 맞춰야 하고, 시댁도 최소 3주에 1번은 가야 한다는 사실. 그나마 남편이 막아줘서 3주지, 보통은 1주일에 1번 가더라. 미쳤냐 내가 왜 1주일에 1번씩이나 시댁에 가냐. 주말엔 놀아야지.

3. 문화가 다른 사람이랑 사는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룸메랑 사는것 힘들다는 얘기 많이 들었을텐데, 마찬가지얌.
나의 경우에는 내 남편이 성격이 털털해서 내 모든걸 받아주고 있는데, 예민한 사람들은 죽을꺼야. 너나 미래의 남편이나 발 안씻고 침대 올라오는거 못참는 사람이라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말 죽는다.

또한 결혼이란게 하나의 가정의 문화와 하나의 가정의 문화가 만나는거라, 정말 다른 문화권으로 진입하는거거든. 이 역시 울렁증이 좀 생기게 되지. 우리집의 안주고 안받고 안챙기고 전화 안하는 문화에서 그쪽 집에 이것저것 다 챙기는 문화가 난 정말 싫은데, 남편은 우리집이 너무 데면데면해서 어색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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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점과 나쁜점을 비교하자면 좋은 점이 적어보이지만,
저 좋은 점의 파워는 무시무시해. 굉장히 좋은 점이라는거지.

그러니까 결혼은 괜찮은 일 같아. 난 물론 동거를 더 선호하지만.
동거와 결혼의 차이는 시댁이 있냐 없냐 인듯.
내가 쓴 나쁜 점도 다 시댁 얘기잖아?
우리결혼했어요의 결혼이나 달콤한 나의 도시의 동거가 좋아보이는것은 시댁의 개입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도 니가 나보다 11살은 어린데, 니가 결혼할때 쯤이면 시댁의 개입은 많이 없어지지 않을까? 나보다 10년전에 결혼한 사람들은 결혼하면 회사 그만둬야 되는줄 알았어, 요즘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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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근데 그 좋은 점이 정말 좋으려면.
그야말로 남편이랑 말이 통해야 된다는 거거든.

이말은 네게 너무 재미없게 들리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라.
세상을 보는 눈, 경제를 보는 눈,
무엇이 옳은 것인지, 무엇이 그른 것인지 나와 같게 생각하는 사람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것이다 라는 게 나와 같은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야 친구가 될 수 있어.

부부간의 그런 관점이 다를 경우 말이 안통해.
말이 안통하면 친구가 될수 없지, 그러면서 부부간에 서로 교환할 수 있는 안정감과 평안함이란 기대할 수 없지.
같은 목적으로 달려가야 재미있게 가는거지, 서로 가는 방향이 다르면 살면서 계속 치고박고 싸워야 하지. 또한 어떤 사람은 방향성이 있는데 어떤 사람은 될대로 되라 라면, 방향성 있는 사람이 될대로 되는 사람 끌고 가느라 지치고, 될대로 되라 사람은 아 왜 어딜 가고 난리야, 걍 여기 있지. 가 되는거야.


하지만, 문제는 그거지.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건 참 어려워.

그러므로 네 나이 때는 될수록 많은 사람들 - 남자든 여자든 -을 만나고, 만난 사람이랑 많은 얘기를 나눠라.
잘생기고 옷 잘입고 돈 많은 애를 만났다 하더라도, 얘기는 통해야지.
얘기가 안통하면 100일짜리 만남 상대일 뿐, 평생 갈 상대는 아냐.
어쨌든 결혼은 평생 갈 상대를 고르니까. 어유 남자가 40대에 잘생기기도 쉽지 않고, 배나와서 태 안나오면 옷도 안어울리고, 돈이란 늘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거야.

그러니 닥치고 많이 만나라.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뭐 니가 보기에 독신주의자들도 사실은 독신주의자들이 아니다.  <저런 남자랑 사느니 나 혼자서 사는게 나>인 30대 중후반 솔로여성들이 많지만, 그들도 좋은 남자가 하늘에서 떨어진다면 결혼할꺼야. 나 역시 그랬고. 그냥 난 결혼할꺼다, 결혼하지 않을꺼다 라고 생각말고 그냥 순리에 몸을 맡겨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