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자수가 새겨진 패브릭을 얻게 되었다.
자수가 너무 예뻐서 집의 패브릭 서랍에 넣어놓고 예뻐라 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패브릭의 자수가 다 풀려있고, 그게 실뭉치로 변해있었다.
엄마가 수아에게 뭘 만들어 준다고 패브릭의 자수를 풀었던 것이다.
난 너무 신경질이 났고, “왜 남의 것을 이렇게 망쳐! 이거 내가 너무 예뻐서 둔건데!”
하고 소리를 질렀다.

갑자기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저녁이고 집이었다. 오후 6시. 나는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고,
그 생생한 꿈의 마지막 샤우팅은 내가 입밖으로 정말 소리르 질렀던것이다.
남편이 내 샤우팅에 놀라 뛰어 와서 안아준 것이다.

낮잠 자다 샤우팅을 한 것이 쪽팔렸고, 악몽도 아닌데 샤우팅 한것은 더 쪽팔렸다.
원래 꿈을 잘 안꾸는지라, 더 어색했다. 외부 샤우팅은 난생 처음이었다.
무슨 꿈 얘기인지 안하고 버티다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밑엘 보니 피가 난다.
때가 아닌지라 병원에 갔더니, 수정된 배아가 착상을 하지 못하고 떨어지며 생리혈이 나오는 것 같단다.

그러니 그 생생한 꿈은 아기가 떨어지는 꿈일지도.
그 배아는 아주 예쁜 딸이 될 수 있는 녀석이었겠지.
수아는 1주일 전에 태몽을 꿨다는데, 그땐 내 꿈을 대신 꿔준 줄 알았는데 걔가 세째 낳나보다. =)

낮잠을 자고 일어나니 쿠바전 야구 1시간 전.
야구엔 역시 치킨 & 감자 & 맥주 하며.
감자 슬라이스를 해서 튀기다가, 1회초 이용규 타석이 생각보다 길어져서 감자를 태웠다.
아니 감자를 태운 정도가 아니라 튀김팬이 모두 탄 정도.
감자를 건져내다가, 튀김팬에 불이 났다. 아아아악아아아악 하다가 부엌에 불이 옮겨지기 직전이라 기름 솥에 물을 부었다! 집이 폭발했다!!
다행히 소규모 폭발. 그을음이 부엌 전체로 퍼져서, 싱크대랑 타일에 그을음을 닦느라 2-4회를 모두 보지 못했다.

그 예쁜 자수 아이가, 착상에 성공했다 치더라도, 험한 꼴 당할 뻔 했다.
대신 그 예쁜 자수 아이가 떠나가며 집을 지켜준 것 같다. 고마운 녀석.

가정용 소화기를 빨리 사야겠다. 기름 솥에 물을 붜야 하는 상황을 막았어야지;;
남편이 튀김기 사기 전까지 튀김 불가 선언을 했다. 중국요리 엄청 해대는 우리 집.
그동안 기름 많이 먹는다고 튀김기 안썼는데 빨리 주문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