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주부놀이 2008. 12. 3. 14:26

내 책상과 내 차를 본 사람들은 다 아연실색할 노릇이지만,
우리집은 맞벌이에 전세살이 하는 집 치고는 나름 예쁘게 살고있는 편이다.
그리고 목요일마다 오시는 아주머니가 그야말로 호텔 메이드 수준이셔서,
1주일에 한번씩 집의 온 때가 벗겨진다. 그야말로 번쩍번쩍 윤이 난다.
그래서 우리집은 1주일동안 모델하우스 → 평범한 집 → 소돔 → 아줌마 오기 전날 대청소 → 모델하우스의 순환기간을 거치고 있다.

우리집 1분거리에 살고 있는 울 엄마는, 나의 데면데면한 성격상 잘 들리지도 못할 뿐더러
가끔 곰탕이나 김치를 놓고 가는 날은 우연히도 지금까지 항상 목요일이나 금요일이나 토요일이었다.
그러니 우리집의 소돔의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친정집 시절 모습을 기억하는 나의 친정부모는 여전히 사위가 반품할까봐 두려워서 전전긍긍중이시다. 결혼 3년차. 여전히 장모는 사위를 어려워하고, 김치 가져다 놓으려 들렀다 사위를 만나면 급하게 도망간다. 얼마전 사위 차 얻어타고 - 라지만 사실 장모 차를 사위가 몰고 다니고, 요즘 장모는 장인차를 몰고다녀서 장인차가 없어진거니 본인 차를 사위가 기사한것이다 - 집에 돌아오는길에 장인은 아주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결혼한것을 후회하지 않아?"라고 하셨단다. 그리고 남편은 우리 부모가 나를 불량품 팔아놓고 아주 걱정스러운 판매자 기분으로 살고 있는 것을 아주 악용하여, 수시로, 놀려대곤 한다. 불만 있으면 늘 처가에 고발하고;;;;;;

하여튼.
나의 회사가 홍대로 이사온 뒤부터, 그리고 최근에는 하루에 별 TO DO 거리가 없는 분들인 이분들이
매일같이 사위 일어날때, 딸 일어날 때 임의로 시간을 정해서 계속 전화로 알람을 해댄다.
처음엔 왜 아침에 번거로우시게 잠도 안자고 출가한 딸인데 왜 이러시냐 라고 버럭질을 했으나.
좀 지켜보니, 저 양반들이 하루에 할일이 없다보니 애들 깨우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것을 느끼게 되어
그냥 하시라 하고 있다.

주말에.
그야말로 전업주부를 결심하게 만든 시크릿쇼를 치룬 이후에 몸이 완전히 망가져서
그저 누워만 있는지라, 집이 난장판 중의 난장판이다.
안방엔 남편 팬티 내 팬티 여섯장이 널려있고 드레스룸은 발을 디딜 곳이 없고
부엌엔 토일월화에 먹은 컵들과 접시들이 산을 이루고 있다.
그야말로 내 책상과 내 차의 상태가... 32평 아파트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집이라는게 하나의 유기체인지, 토일월화에 아무일을 안했더니 그야말로 먼지와 옷들과 잡동사니들이 팽창중이다. 아무 일도 안했는데 왜 너저분한 것들이 같이 자라나고 있는걸까.

오늘 아침.
눈을 뜨니, 8시에, 엄마가 와있다.
전화를 계속 했으나 내가 못받은 것이다. 깨우겠다고 오신거다.
그런데 엄마는 날 깨우지도 못하고, 우리집 상황을 보고 그야말로 쇼크 상태다.
내가 일어난거 보고 정신이 들더니 방을 치운다고, 설겆이를 한다고....

아 큰일이다. 이제 더더욱 AS를 하겠다고 나설텐데. 아아.
1분 거리에 살면서도 엄마 못오게 하고 살았는데,
아아 이제 다른 집 친정엄마들 처럼 나설 것 같으니 그야말로 막막.

남편은 일요일 조카 돌잔치 가서 가족들 보면 재밌겠다며 신났다.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