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에 서소문에서 약속이 있는데 아직까지 말똥말똥하다.
어제 몇개의 헤드헌터가 제안한 회사들의 원서 내기 종용을 거절했다.
모든 회사가 6개월째 인력 동결 중이고, 남편도 그리 상황 좋을리 없는 증권회사에 있으면서,
게다가 다음달 부터는 무려 대출이 2억8천만원이나 되는데!
이렇게 배짱 좋게 튕기고 있는 나는 미친 짓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어 잠이 오지 않는다.

난 서비스를 연구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포털 서비스가 좋다.
검색과 커뮤니티가 적절히 섞여서 만들어내는 각종 플랫폼과 매쉬업 서비스들이 좋다.
그런데 2008년, 특히 많은걸 느꼈다. 앞서가는 회사들은 새 시장을 만들어내고 있는데,
나는 여기서 미투서비스나 만들고 있어야 하나.
남들은 이미 8을 얘기하고 있는데, 나는 지금 5를 만들고 있는 수준.
고작 1년 정도 손을 놨을 뿐인데도, 한마디로 수준 떨어진다. 이미 노는 물이 틀린 것이다.

새 시장을 만들 수 있는 회사들은 모두 빗장을 걸어놓고 있다.
나에게 제의가 들어오는 회사 중 그나마 선도적인 회사는 내가 좋아하는 검색, 커뮤니티 분야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이년동안 머리속에서만 계속 생각해오던 아이템을 바탕으로 스타트업을 시작해야 하나?
그런데 과연 나는 스타트업을 할수는 있는 인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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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간만에, 본의 아니게 업계에서 매우 유명해졌다.
부끄럽고 불쾌했다. 그리고 그 덕에 15시간째, 기분이 매우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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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텔 시절에 숨어있기 좋은방이라는 sgroup이 있었다.
그런 곳이 필요하다. 그냥 주절주절 내 소원을 적고 기도하고 빌고 그럴 수 있는.
애초에 10년전에 센치스페이스 만든 이유가 그건데. 센치라는 작명도 그래서 따온거고.
이제는 어디서든 나라는 것이 검색되니까 인터넷에 숨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한군데도 없다. 깝깝하다.

물론 밀고넷도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