멤버가 없어서리..
생전 락페스티벌 이라는건 가본적도 없고 사진조차 본적 없는 남친을 어르고 달래고 어르고 달래고
결혼준비를 전혀 안하는 것을 구실삼아 협박도 하며 끌고 갔다.

그런데..

(그래도 얘들은 장화라도 신었네..)

우리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고향으로 하는 이모씨는 딱 '압구정 현대아파트 소년'이라
발에 이물감이 닿는거.. 찝찝한거, 끈적끈적한 거 무척 무척 싫어한다.
초중고때 환경이 얼마나 사람의 정서를 좌우하는가를 알려주는 대목인듯.
(근데 그렇게 따지면 난 반포 출신이라고;;; )

압구정소년님은 진흙탕에 빠져 '오 주여~'를 외치고 있고,
나는 이 블랙아이드피스의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는 문외한 아저씨를
이런 진흙탕으로 데리고 온 책임을 통감하며 열심히 장화를 파는 곳이 없나 헤치고 다녔다.
우연히 장화 신은 한정*씨를 목격, 너무 기뻐하며
"장화 어디서 사셨어요?" 했더니 "서울에서 공수"란다.
역시 사람은 정보력이다.

비치 쪼리 파는 곳은 있어도 장화 파는 곳은 없더라. 아아아.
여기서 장화를 3만원씩에 팔았어도 날개돋히게 팔렸을텐데.

어쨌거나.
처음에는 신발 보호에 주력! 하다가 결국은 다 포기하게 된다.
쑥쑥쑥쑥 발목까지 빠져버리니까.
신발 보호할려고 비치쪼리를 샀더니 진흙탕에 떡떡 밑에 스티로폼이 붙어서
걸을때마다 뒤쪽으로 마구마구 튀어댄다.
그리고 발 안쪽으로 진흙이 들어와서 밟을 때마다 아프다. 결국은 맨발이 짱인거다.

키 152cm의 몸으로 락페스티벌 다닐려면 높은 굽이 필수인데,
높은 굽은 고사하고 진흙에 쑥쑥 빠져 묻혀버린다.
진흙에 묻혀서 당근 점프는 안된다.

어쨌거나.
늦게 가서 드래곤 애쉬를 못봤고.
진흙탕에서 사투를 벌이느라 싸이를 못봤고.
너무 지쳐 플라시보를 볼 수도 없었고.
둘다 3일권을 끊어갔지만, 결국 내 목표였던 블랙아이드피스만 딱 보고.

내가 늙고 나서 - 그러니까 음악에 대해서 뭐 별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은 시점에 -
데뷔한 블랙아이드피스에 대해 나는 음악만 들었지 무대를 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걔네들이 그렇게 춤도 기가막히게 추는지 몰랐네.
어쩜 저렇게 음악성과 실력과 퍼포먼스를 겸비할 수가.
진정 니들이 퍼포먼스 라이브의 절정이구나.
좀더 집중도가 높을 실내 공연이었다면 진짜 훨씬 더 훌륭했을텐데.

관객 반응들이 영 뜨뜨미지근해서 이게 왠일이냐 그랬더니
알고보니 다들 플라시보 브라이언 몰고괭들이었단다.
한국에 그렇게 플라시보 팬이 많았나 싶은 그루브 음악팬인게지, 난.

어쨌거나 참 7년전 트라이포트때도 그렇고 이번 펜타포트도 그렇고.
이노무 페스티벌은 참 비가 왠수.
올해는 자라섬도 갈 생각인데 거기도 비가 쏟아지려나.

그나저나......
3개월 후 남편님을 이 지경에 빠뜨렸으니,
앞으로 유부녀 임수진은 쌈싸페를 다닐 수 있을까?
유부녀가 남편이랑 그런데 안다니면 누구랑 다녀, 흑 ㅠ.ㅜ